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방한 사흘째인 21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상을 둘러보고 자신의 73회 생일잔치도 가졌다.

또 저녁에는 KBS 한.영 친선 음악회에 참석, 김대중 대통령 내외와 함께
공연을 감상하며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엘리자베스 여왕 일행은 이날 오전 특별기편으로 예천공항을 거쳐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 한옥의 전통적인 건축미가 잘 보존된 풍산 류씨 문중의
충효당(보물 4백14호)을 방문했다.

여왕은 충효당에서 고추장과 경상도식 배추 김치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왕은 이어 안동의 47칸 정통 사대부집인 담연재로 이동하면서 텃밭에서
소가 쟁기갈이를 하는 농사 풍습을 구경했다.

담연재에서 여왕은 서예 류성룡의 후손 류선우씨와 그의 차남인 TV탤런트
류시원씨 등의 인사를 받고 약 10여분동안 하회별신굿탈놀이 열두 마당중
여섯번째인 양반선비 마당을 관람했다.

<>.여왕은 담연재에서 안동소주 기증보유자이며 인간문화재 12호인 조옥화
여사(78)가 마련한 73회 생일상을 받았다.

생일상은 층층으로 쌓은 떡 사과 배 약과 곶감 밤 등과 궁중 임금님께만
올리던 문어오림, 매화나무에 각종 꽃과 열매로 장식한 꽃나목 떡 등으로
푸짐하게 차려졌다.

조 여사는 "꽃나무 떡은 평생 세번째 만든 것으로 12명이 사흘을 꼬박
새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왕은 막걸리를 가라앉혀 만든 청주를 담은 유기잔으로 축배를 들었고
불사조가 장식된 화관과 복주머니를 선물받았다.

이의근 경북지사는 여왕의 안동 방문길 행적을 엘리자베스 로드로 지정하고
하회탈, 화관 등 여왕이 받은 선물을 관광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담연재에는 여왕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이 인근 집 지붕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기와 2백여장이 부서지고 대들보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하기도 했다.

<>.여왕은 생일행사후 안동 청과물 시장에 들러 경매진행 과정을 지켜본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봉정사를 방문했다.

여왕은 봉정사에서 대웅전과 국보 15호인 극락전을 둘러보고 범종 타종소리
와 법고 소리를 들으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맛보았다.

여왕은 극락전 앞 3층 석탑에 있는 높이 1미터 남짓한 돌탑에 대한 유래를
설명을 듣고 돌탑에 자그마한 돌 하나를 올려 놓으면서 "돌탑을 쌓았으니
복을 많이 받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왕은 사찰방문을 마치면서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칭송하고 "오늘 방문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정사 주지 문인스님은 일념만년거(한 생각을 돌이키면 만년을 간다)가
새겨진 족자를 선물했고 정동호 안동시장은 오리나무로 만든 양반탈을 선사
했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는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와 함께 21일 저녁 여의도
KBS홀에서 영국여왕 방한을 기념하여 영국문화원과 주한영국대사관이 주최한
음악회에 참석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음악회가 열리기전 2층 VIP룸에서 선채로 잠시 환담을
나눈뒤 공연장 VIP석으로 옮겨 1시간가량 음악회를 관람했다.

콘서트에서는 국립음악원 무용단 궁중무용 "가인전목단"과 국립발레단 소속
김용걸 김지영 무용수의 발레공연, KBS교향악단의 관현악연주, 영국 오페라
가수 레슬리 가렛의 소프라노 독창 등이 공연되었다.

특히 이날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일이어서 출연진들이 마지막 곡으로 여왕
생일축하곡을 선사했으며 이에 맞춰 이날 참관자들은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양국정상 내외는 공연이 끝난뒤 무대로 올라가 10명의 공연진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여왕의 부군 에든버러 공작은 오전에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을 방문,
남북 대치 상황을 살펴봤다.

이어 인천국제공항 공사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신공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4개 영국회사 대표들과 환담을 가졌다.

오후에는 충남 서산에 소재한 현대우주항공을 방문, 영국회사가 고안한
알루미늄 부품 코팅 설비 등을 살펴봤으며 아산 해군기지도 들러 영국제
장비가 장착돼 있는 최신예 다목적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을 시찰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안동=신경원 기자 shinkis@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