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제기한 "젊은 피 수혈론"이 정치권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수혈론을 뒤집어 보면 현역의원과 원외지구당 위원장을 대폭 물갈이 하겠다
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수혈을 받기 위해 "건강 검진"(교체 대상 의원 선정)을 받고
"혈액 확보"(영입 대상자 리스트 작성)에 나서는 등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수혈론을 제기한 것은 여권내의 역학구도를 전면 개편, 집권
세력으로서 면모를 갖추고 전국정당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과성 수혈 보다는 수차례에 걸친 수술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김 대통령이 야당 총재일 때 야당의 현역의원 공천 탈락률은 평균 16%수준
이었다.

반면 지난 96년 15대 총선때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공천 탈락률은 25%(33명)
를 보이는 등 여당의 물갈이 폭은 컸다.

따라서 16대 총선에서 국민회의가 과거 야당 시절에 비해 물갈이 폭을
적어도 두배 이상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취약한 영남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수혈될 가능성이 높다.

또 여성 전문가들의 영입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민회의의 이런 움직임은 자민련은 물론 한나라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개혁의 뒷전에 서있던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이 과감한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입 바람은 여야 정치권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엘리트 구조"도 변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여권의 영입 대상자 대부분은 운동권 출신이나 인기인 이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세대교체나 호남 물갈이, 또는 시민단체 인사들의
영입 정도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몇몇 명망가의 영입이 아니라 신진세력을 대거 육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는 당론을 정한
것도 주목된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진 세력들의 정치권 진입은 한계를 갖게 된다.

소장 개혁파 의원을 전진 배치하고 영남권 인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제도로 정당명부제를 선택했다는 것.

김 대통령이 언급한 "젊은 피"의 대상에는 개혁적 성향을 가진 인사와 지역
및 조직에서 성공한 전문가, 전국정당화에 맞는 영남권 인사 등이 포함된다.

또 "수혈원"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당내외의 개혁 지원그룹과 시민단체 인사, 기업인 전문가 등 신지식인이
그것이다.

개혁 지원그룹에는 김근태 부총재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정치연구회"와
김민석 의원이 주도하는 "젊은 한국", 지난해 결성된 "민주개혁 국민연합"
등이 포함된다.

또 허인회 당무위원 등 국민회의 간부 및 지구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미국정치경제연구회"와 구해우 국민회의 기조위 부위원장 등이 참여한
"정론 21"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정치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약
하고 있는 인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에서 전문지식을 쌓은 인사들도 수혈 대상이다.

김석기 중앙종금 상임고문과 김석동 쌍용증권 회장 등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사들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미 재계는 물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인사를 대상으로 입당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우선 8월께로 예정된 전당대회 이전에 70여개 사고지구당을 중심으로
1차 수혈을 받은 뒤 선거구를 정비하면서 충청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2차
수혈을 받을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여권은 수도권과 호남 의원을 대상으로 물갈이를 단행한 뒤
총선체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말부터는 현역의원의 탈락 등 정치권에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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