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이날 오후 조세형 총재권한대행과 정균환 총장, 한화갑
총무 등 고위 당직자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초상집 분위기였다.

조 대행은 이날 저녁 청와대측에 사의를 전달했으며 당초 8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중국방문도 취소했다고 정동영 대변인이 전했다.

당직자들은 "당 지도부의 사의를 계기로 당직개편과 전당대회 등이
앞당겨지는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의수용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 대행 등 지도부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데 대해 "동정심과 동료의식의
발로"라며 애써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으나 상당수 의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허탈해 했다.

<>.자민련 지도부도 표결 결과에 당혹해 하며 여여 공조의 틈새를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박태준 총재와 김용환 수석부총재 등 당지도부는 본회의 직후 긴급 총재단
회의를 열고 표결 결과를 분석했다.

김 수석부총재는 "의원이 의원을 구속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표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총재는 "이번 표결을 계기로 당의 결속과 양당간의 공조가 잘되는
전기를 삼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은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고무된 모습이 역력했다.

당 지도부는 이를 계기로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적극적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즉각 이날 저녁 국회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자축연을 여는 등 기세를 높였다.

국회 총재실에서 TV를 통해 표결 상황을 지켜 보던 이회창 총재는 결과가
나오자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지었으며 뒤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택수 대변인은 개표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국회에 의회정의와
표결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역사적 쾌거"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국회의원들의 이기주의
가 발동한 때문으로 분석하고 정치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이 결속하지 못하고 부결처리된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중대한 문제를 부결시킨 국회에 대해 국민들이 과연 납득할
것이며 국회는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며 국회의 처리결과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당직자 인책과 관련, "당에서 어떠한 건의가 있을지 모르지만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도부 인책 가능성을 시사
했다.

<>.이날 표결은 오후 2시20분께 시작돼 별다른 마찰 없이 15분만에 종료
됐다.

가결될 것으로 예상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투표 순간까지도 격앙돼 있었으나
개표가 시작된지 10여분 뒤 "환희" 분위기로 변했다.

"이변"은 검표원으로 개표상황을 지켜 보던 국민회의 설훈 의원과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의 상반된 표정에서 감지됐다.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자 설 의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간 반면 임 의원은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박준규 의장의 개표결과 발표에 앞서 임 의원은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였다.

< 김형배 기자 khb@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