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가 정말 필요한가"

서울 구로을, 경기 시흥 및 안양 등 수도권 3곳의 재.보 선거전을 지켜본
유권자들 뿐만 아니라 정치권 스스로도 "재보선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고질적인 관권개입 시비가 재연됐고 인신공격, 흑색 선전이
난무하는 등 과열.혼탁이 과거 어느 선거때 보다도 심했다는 지적이다.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선거후엔 소송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와 선거 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더욱
확산되면서 투표율도 저조,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유권자의 무관심 =여야 모두 이번 선거전에서 가장 큰 애로 내지 "문제점"
으로 지적했던 것은 "유권자들의 무관심".

정치권은 "공동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성격을 부여하는 등 유권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투표율은 30%안팎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
적인 전망이다.

평균 43%의 투표율을 보였던 지난해 7.21 재보선 때 보다 무려 10%P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철저한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뽑힌 국회의원이 지역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은 최근 "누가 계꾼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에서 재보선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싯점
이어서 제도적인 보완책을 검토할 단계"라고 지적했다.

김정길 청와대 정무수석도 "중앙당이 개입하여 과열되고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정치개혁 입법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관권개입, 금품살포.흑색선전 =선거전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관권선거
시비에 따른 고소.고발전은 절정에 달했다.

한나라당은 "어린 학생들에게 부모와 함께 투표소에 다녀온 뒤 투표소
이름과 소감을 적어내도록 한 것은 선관위와 교육청이 합작한 대표적인
관권선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투표 참여 캠페인"에 시비를 거는 것은 야당의 정략적인
행태라고 맞대응했다.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시흥시 거주 공무원 및 공무원 친지들의 주소록을
작성토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나라당은 "시흥시 연고자 인적사항"이란 문건을 공개한 데 이어 서울시의
모 구청장이 구청공무원들에게 구로을 지역연고자를 파악해 모 후보를 지지
토록 지시했다는 주장, 고건 서울시장 등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한나라당은 또 구로을에 출마한 국민회의 한광옥 후보를 금품살포 및
공직선거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대해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을 무고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용훈 중앙선관위원장은 안양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회의의 안양시 동안구
에서 모종수 안양시 동안구 선관위 사무국장의 업무를 중지시키고,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나 흑색선전, 상대방 비방 등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4.3 호헌조치를 지지해 거액을 받았다" "정신병이 있어
병역을 면제받았다" "부인이 호화음식점을 경영하는데 재산신고에서 누락
시켰다"등 근거가 없거나 사실을 왜곡시킨 비방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극심한 과열 혼탁 양상 때문에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판에 박인 "힘있는 여당 후보론"과 "집권세력 횡포 견제"주장은 유권자들을
파고 들지 못했다.

본질을 벗어난 "토박이론"이 유일한 쟁점이었다는 냉소적 비판마저 나왔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