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지난해
12월 아세안 정상회의 때에 이어 3개월 만에, 통산 3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에 관해 논의했다.

오부치 총리는 또 이날 오후엔 고대 인촌기념관에서 "신세기의 한.일
관계, 새역사의 창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이어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오전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부인과 함께 청와대에 도착한 오부치
총리는 도열해 있던 3군 의장대의 경례를 받고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대통령 내외와 악수를 나눴다.

오부치 총리는 이어 방명록에 "일본국 내각총리 대신 소연혜삼"(일본
총리 오부치 게이조)이라고 서명했다.

양국 정상는 1층 계단 앞에 나란히 서 기념촬영을 한 뒤 승강기를 이용해
회담장인 2층 접견실로 이동했다.

이희호 여사는 오부치 여사와 별도 회담을 가졌다.

<>.김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간 단독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 시간보다 15분
긴 60분 동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주요 공동 관심사에 관해 격의
없이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배석한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오부치 총리는 특히 김 대통령의 방일후 한.일 관계를 "최상의 양호한
관계"로 평가했으며 이날 회담장에서도 김 대통령에 대해 "경애의 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회담 벽두에 오부치 총리는 "김 대통령이 방일전에 한 대로 나도 방한 전
주일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한국기자들이 "오부치 총리의
인기가 일본에서 올라가고 있지만 한국에서 더 높다"고 말해 기분이 좋았다"
고 말했다.

이에 김 대통령도 "나 역시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인기가 더 높은 것
같다"고 받으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부치 총리 내외를 위한 공식 만찬행사는 20일 저녁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려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오부치 총리를 "존경하고 흠모하는 총리각하"라고
부르면서 "한.일 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총리
각하의 열의와 성심을 다한 협력 덕분"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의 공을 오부치
총리에게 돌렸다.

오부치 총리는 답사에서 "국가가 나아갈 길을 직시하고 대담하고 과감
하게 정책을 단행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귀수불심(결단력이 있되 유연한
자세)을 보는 심정"이라며 "본인도 일본의 경제회복에 전력을 기울여 세계
경제 성장과 안정을 확고히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화답했다.

오부치 총리는 특히 "대통령 각하가 지난해 가을(방일때) "덕을 갖췄으니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해 낼 것"이라며 본인을 격려해 줬을 때의 감격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만찬엔 한국측에서 김종필 총리와 자민련 박태준 총재 등을 비롯해 각계
인사 54명이, 일본측에선 공식수행원 등 23명이 각각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만찬 후 약 30분간 소프라노 김영미 교수의 "그리운 금강산"
등 노래와 화관무, 판소리 흥보가중 박타는 대목,삼고무 등 공연을 관람했다.

<>.오부치 총리는 이날 오후 한.일 합동 연극공연 리허설이 열리고 있는
서울 대학로 돌꽃 컴퍼니연습실을 방문, 한.일간 문화교류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오부치 총리는 이 자리에서 자신과 같은 지역 출신인 재일교포 작가 겸
연출가 김봉웅(일본명 스가 고헤이)씨로부터 오는 4월 16~27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로 각각 공연되는 이번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앞으로 연극을 통해 한.일 문화교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