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와 각 부처의 로비에 밀려 산업관련부처 등의 통폐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금융기관과 기업개혁을 강하게 요구하던 정부가 스스로의 개혁은
포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19일 "정부조직개편중 부처통폐합은 오히려 부수적
인 작업이었다"며 "부처별 핵심업무를 정의하고 과단위 직무를 분석해
성과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정부조직개편의 의미를 축소했다.

김정길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일수 있도록 기능면에서 상당부분 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기능조정 위주로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당정은 이와관련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통폐합이 거론되던
부처들을 모두 그대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개방형 임용제도도 시기를 1-2년 늦추거나 개방비율을 30% 미만으로 낮추는
등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협의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오는 29일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등을 돌리면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며 부처통폐합에
강력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정부는 경영진단조정위원회가 건의한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산업관련부처 통합,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등 사회복지관련부처
통합, 해양수산부 폐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기획예산부신설 중앙인사위원회
신설 총리산하 공보실 확대 등에 대해서는 총리와 대통령이 협의해서 결정
하도록 정부는 복수안을 총리실에 제출할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3가지 쟁점을 놓고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 주고받기식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부처 통폐합 대신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고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얼마나 군살을 뺄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조직개편이 정치논리에 밀려 용두사미가 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시민단체
는 물론 기획예산위원회 내에서도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행정개혁시민연합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간 협의결과는 정부
개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기획예산위의 한 관계자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부처간 협의나 당정협의를 통해서는 애초부터 개혁을 할수가 없다"
고 지적했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개혁을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때 금융개혁과 기업개혁도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일 먼저
위기를 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