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총재회담에 전향적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중 여야 총재회담이 개최되는 등 정국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1일 "모처럼 화해기류가 조성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자회견에서 총재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파괴 저지를 명분으로 원내외 투쟁을 전개해 온 이 총재가
총재회담을 통해 정국정상화를 모색키로 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달
24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민과의 TV대화에서는 야당의 집안사정 운운하며 한나라당을 자극(?)했던
김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는 공작적 차원의 야당의원 영입은 하지 않을 것
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당초 총재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인위적 정계
개편 중단"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해석, 이 총재의 회견에서는 전제조건을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의 입장 선회는 이와 함께 민생은 뒷전에 두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에서 국정의 한 축을 차지하는 한나라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같은 비판이 당내 일각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이 총재를
총재회담 수용쪽으로 가닥을 잡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6일 정치활동을 재개한 이기택 전총재권한대행도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총재회담을 수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 총재 진영은 총재회담을 개최하는 것 만으로도 비주류의 비판을 잠재우고
당내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또 김 대통령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정책정당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총재는 이에 따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생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관심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실업문제를 우선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빅딜로 인한 협력업체 연쇄도산 등 부작용과 국민연금 확대실시의
문제점,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어민피해도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 총재가 총재회담에 전향적으로 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정가에서는
서상목 의원 처리와 관련된 "빅딜"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이 서상목 의원을 불구속 처리하는 대신 한나라당은 총재회담을
수용하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 입장에서는 서 의원이 구속될 경우 이른바 "세풍"사건이 부각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정치력에 상당한 타격이 올 것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당의 입장에서도 서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표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인데다, 사안 자체가 여야간 극한 대립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상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빅딜"을 택했다는
분석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