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제3차 "국민과의 TV대화"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저녁7시부터 2시간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날 대화는 방송인 정범구 김연주씨의 사회로 6백여명의 패널과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이번 행사는 미국 캐나다의 20개 도시의 교포TV방송도 인공위성을
통해 중계, 해외교포들의 높은 호응도를 반영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영국 등 해외교포도 연결, 국내외 국민들의 다양한
질문을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 대전 강원도 등 지방에도 중계차를 보내 강원도 농민과 대구 택시기사,
테크노마트상인 등이 등장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입장, 올 설연휴를
청남대에서 보낸 소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이 나오자 지난 82년 청주교도소
에서 설을 보낸 일화를 소개하여 잠시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화를
시작.

김 대통령은 "당시 아내와 세아들이 면회를 왔는데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유리창을 사이에 놓고 세배와 생일 하례를 받아 참으로 가슴 아팠다"며
"지금 대통령이 된 것을 보면 기구한 운명"이라고 소감을 피력.

김 대통령은 이날 개인생활에 대한 질문에는 간간이 웃음을 띠며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기업 금융 공공 노사 등 4대 개혁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단호한 어조와 표정으로 답변.

김 대통령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재벌이 구조조정을
대충하고 넘어가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며 강한 의지를 피력.

김 대통령은 이와 관련 "1년만 지내보라 과거의 나쁜 관행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강조.

반면, 실업대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의 고충을 이해한다" "전력을
다하겠다"며 실직자들을 달랬다.

<>.김 대통령은 개인생활과 부드러운 소재의 질문이 나올 때면 특유의
유머감각을 살려 방청석으로부터 박수를 받거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김 대통령은 "평소 라면을 잘 드신다는데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라면을
먹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는 물론 해외출장을 가서도 끌어먹는데 집사람
이 살 찐다고 먹지 말라고 한다"고 대답해 방청객들로부터 웃음을 자아
내기도.

김 대통령은 방청석에서 "남태평양에 있는 무인도에 간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고 싶으냐"는 색다른 질문이 나오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골치아픈 실업
문제 부정부패 지역감정 세가지를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답변, 박수를
받았다.

SBS 드라마에서 "은실"이 역을 맡은 현진양이 "왕따"에 대한 질문을 하자
"내가 은실이 팬인 줄 아느냐"며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표명.

<>.김 대통령은 뉴욕과 런던에서 두 사람의 질문을 받고 "해외에까지 나가
나라 일을 걱정하니 고맙다.

해외동포에게 격려박수를 보내 달라"고 말해 방청객의 박수를 유도.

김 대통령은 "상향조정된 국제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정치안정과
노사안정이 걱정되며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아닌가"는 질문에
대해 자신감에 찬 어조로 "국제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답변.

그러나 "정부는 샴페인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구조조정을 위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점을 강조.

<>.김대통령은 이날 방송시작 50분전인 6시10분께 검은 코트차림으로
공개홀에 도착, 1층 분장실에서 SBS 윤세영 회장 등 관계자들과 차를 마시며
잠시 환담.

김 대통령은 6시50분께 사진촬영을 위해 1차 입장했을 때 사회자가 "취임
때는 세달에 한번 TV대화를 하겠다고 하셨다"고 하자 "너무 자주 하면
국민들도 실증을 느끼니 1년에 두번 하는게 좋겠다"고 대답.

대화장인 스튜디오는 둥근 기둥으로 둘러싸인 중앙 원형무대에 김대통령과
주 토론자가 자리를 잡았고,그 주변에 1백50여 방청객들이 둘러 앉아 직접
민주주의의 상징인 그리스 아크로폴리스를 연상케 했다.

<>.SBS는 이번 대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경제문제에 관한 질문을 원해
경제난극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치는 18.6%, 사회 일반은 15.2% 순의 관심도를 보였다.

SBS는 지난 2일부터 전화 팩스 PC통신 인터넷 등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공모했다.

접수된 질문에는 <>경승용차의 가스차 허용 <>경제난 극복을 위한 이륜차의
운행의 활성화 <>체육청 신설 등의 제안도 나왔다.

"요즘 인기 절정의 컴퓨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연소자 불가판정을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때묻지 않은 학생의 민원도 접수됐다.

김 대통령은 다양한 질문을 원하는 점을 고려, 이날 대화에서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종전과 달리 모두 발언을 하지 않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다.

<>.김 대통령은 이날 출연한 대가로 받은 출연료 전액을 결식아동돕기성금
으로 SBS측에 기탁했다.

박지원 청와대공보수석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오늘 출연료로 받은
30만원중 세금을 뺀 실수령액 28만3천5백원을 결식아동돕기운동 성금으로
기탁했다"고 밝혔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