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글라이스틴 전 주한 미국대사 등 미국내 한국 전문가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경제 개혁을 통해 한국내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으로 평가했다.

글라이스틴 전 대사와 코리아 펀드의 닉 브래트 사장, 리온 시걸
전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은 오는 17일 미국의 공영 PBS TV(뉴욕지역 채널
25)를 통해 방송될 김대중 정부 출범 1주년 진단 좌담 프로그램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뉴스위크의 토니 에머슨 아시아 담당 선임기자 진행으로 최근
녹화된 이 프로그램에서 금융시장 개방과 남북한 교류등을 김대중 정부의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에머슨 뉴스위크 선임 기자=한국은 예상치 못했던 속도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치등 불안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월 스트리트의 반응은 어떤가.

<>닉 브래트 "스커더 켐퍼" 증권 한국투자 담당(코리아 펀드) 사장=투자가
들은 정치 보다는 경제구조 조정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의 증권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아직 회의적이다.

<>글라이스틴 전 주한 미국대사=나는 김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어려운
문제들을 매우 잘 다루어 왔으며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해온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야당인사 영입을 둘러싼 논란등 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다소 전통적인 방법일 뿐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에머슨=김 대통령의 대북한 접근 방법은 성공하고 있는 것인가.

<>시걸 전 뉴욕 타임스 논설위원=김영삼 정부에서는 대북 정책이 상당히
불안정했는데 지금 정부는 북한과 협상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일관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에머슨=그가 재벌들을 장악하기 위해 권력을 더 행사할 필요가 있는가.

<>글라이스틴=한국의 문화 속에 깊숙히 박혀 있는 기존 관행을 깊이있게
그리고 신속하게 바꾸어 놓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보수적인 사람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길을 닦아나가고 있다.

<>브래트=한국의 금융 위기가 김 대통령의 재벌 정책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위기 상황에서 재벌들 중 일부는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고 일부는 이미
풍비박산돼 버렸다.

한국은 재벌의 구조조정을 택했고 지금까지 매우 현저한 진전을 이뤄왔다.

특히 자동차업체를 4개에서 2개로 줄이고 전자 주력업체를 삼성과 LG로
정리했다.

<>에머슨=실업률의 대폭적인 증가는 외국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가.

<>브래트=불행히도 그렇다.

단기간 내에 이처럼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다.

김 대통령이 이룩한 가장 큰 업적은 외국 투자가들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교육한 것이다.

또 한국의 주요 은행을 외국 투자자들이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시걸=북한에 대한 제약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한 변화다.

현대의 관광 프로젝트가 가장 가시적인 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과거 10년 동안의 기록을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다녀왔다.

<>글라이스틴=북한 문제와 관련해 제네바 협약의 중요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 협약이 정말 파기된다면 복잡한 문제들이 야기된다.

북한은 매우 강경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많은 것이 걸려 있고 이 문제로 전쟁까지 갈 수는 없다.

< 뉴욕 = 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