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대선 전의 이른바 "DJ비자금 불법추적 및 조작.폭로사건"이
정치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은 10일 당시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계좌 추적이 이뤄졌고
한나라당에 의해 일부 내용이 조작.폭로됐다며 이회창 총재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국정조사권을 발동, "DJ비자금"을 전면 재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시작된 총재회담 개최를 위한 여야 총장.총무들간의
협상도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박지원 대변인은 이날 "지난 97년8월까지 무려 2년 동안 김대중
총재의 계좌를 추적했고 불법자료는 배재욱 당시 청와대사정비서관과 정형근
의원을 통해 한나라당에 전달돼 강삼재 전총장에 의해 폭로되면서 왜곡.과장
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 이 총재와 강 전총장, 정 의원 등은 마땅히
형사적 책임도 있을 것이나 고발 여부는 국회 IMF환란특위가 결정할 일"
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당시 이 총재는 강 총장에게 왜곡.과장된 자료를 폭로
토록 독려했고 그후 자료가 시민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새삼스럽게 쟁점화하자는 게 아니라 박재목 전
경찰청 조사과장이 국민 앞에 증언한 것을 계기로 이런 불법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못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도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족쇄를
채워가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이 형사책임을 거론한 것은 그러나 "청와대가 고발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듯이 사법처리의 가능성 보다는 한나라당측 행동의 불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이 총재 주재로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청와대의
사과 요구를 일축한 뒤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DJ비자금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구체적으로 조작된 것이 무엇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안택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변인은 조작 의혹을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한다면 청와대 대변인 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지금 이 시점에 와서 청와대가 이런 얘기를 하고 나오는 것은 DJ비자금
에 어딘가 뒤가 구린데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광근 부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현역 일선 경찰서장으로 "뻔한 입장"에
있는 소위 "사직동 팀" 전책임자를 불러내 "뻔한 답변"을 유도하는 정치 쇼
마저 벌였다"고 주장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