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당시 청와대 특명 사정반인 이른바 "사직동팀"의 팀장 역할을
했던 박재목 전경찰청조사과장은 9일 "사직동팀은 배재욱 전청와대사정
비서관의 지시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비자금 계좌를 추적했다"고 말했다.

박 전과장은 또 "97년 10월7일 신한국당 강삼재 전총장이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DJ 비자금" 내역이 가공.조작됐느냐"는 질문에 "당시 발표 내용이
사직동팀의 내사 결과와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박 전과장은 이날 "IMF 환란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 이같이 밝혔다.

박 전과장은 이어 "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계좌추적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쳐 사정비서관의 단독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김영삼 전대통령도 중요한
사안은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계좌추적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배 전비서관의
지시로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97년 대선이 끝난뒤 배 전비서관이 불필요한 자료는 없애라고 해
관련자료가 모두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국민회의 김영환 의원은 질의를 통해 "사직동팀의 불법 행위는 김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이인제 전경기지사, 친.인척을 상대로 한 정치공작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사직동팀의 불법 계좌추적에 동원된 공무원만도 은감원
검사6국 15명, 증감원 검사총괄국 5명, 경찰청 조사과직원 29명 등 모두
50여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이에 앞서 강경식 전부총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외환위기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정책 대응 등을 집중 추궁했다.

강 전부총리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수습하고 구제금융을 요청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영국이나 태국 등에 비해 짧았다"며 "당시 가능한 대책을 모두
강구했지만 상황을 되돌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편 정태수 전한보총회장은 이날 특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1백50억원의 대선자금을 전달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 총액과 정치권 로비내역의 전모는 밝히지 않았다.

관심을 끌었던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에 대해서도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또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6백억원을 빌려 당진제철소 건설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당진제철소 건설과정에서 7천3백32억원을 노무비로 과다계상했지만
회계처리가 잘못된 것이지 비자금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