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핵심부가 "정국현안"으로 떠오른 김영삼 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의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냥 묻어버리자니 여론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사법처리 등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의 입장에서 보면 김 전대통령이 정태수 전한보총회장으로부터 직접
대선 자금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현재와 같은 여야대치 정국에선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대선 자금문제를 어설프게 다루다간 자칫
정국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특히 여권은 YS의 대선자금 문제가 지난 정권 내내 논란이 됐던 "20억+알파
설"을 포함한 여야 정치권 전반의 대선자금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른바 "세풍사건"으로 도덕적 상처를 입고 있는 한나라당측은 벌써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도 함께 밝혀야 한다"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은 "YS 대선자금 문제"를 한보그룹과 김 전대통령의 "검은돈
거래"로 국한짓고 이같은 정경유착이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다는 점만 부각시킨
다는 전략이다.

여야를 망라한 대선후보들의 정치자금 무제로 불똥이 튀는 것은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이 이날 "이 문제가 자칫 정쟁화되는 것은 경계하며
이는 여야간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은 것은 바로 이같은 여권
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YS대선자금 조사 여부에 대해 "지금은 그런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다"면서 김 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은 정 전총회장의 증언 자체로 상당한 정치적인 부수 효과를거뒀다고
보고 있다.

우선은 최근들어 여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김 전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또 여당단독 개최로 청취율이 미미한 경제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점도 소득이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의 장외집회와 검찰의 항명파동 등으로 침체된 여권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등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은 김 전대통령에 대한 법적 처리보다는 그를 청문회에
끌어내는 등 정국주도권을 회복하는 선에서 김 전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소한 김 전대통령의 간접 증언이나 대국민 사과성명을 받아내더라도
"성공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여권은 "증언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김 전대통령측에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압박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증언을 성사시키기 위한 상도동측과의 막후
접촉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여권의 온건 기류는 김 전대통령이 역공을 취하고 나오거나
정 전총회장의 서면 답변과정에서 "YS 대선자금"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강공
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 양승현 기자 yangs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