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은 7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격렬한 저지속에 국회 본회의
를 열어 "IMF 환란 원인규명과 경제위기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계획서"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 4개 안건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이에따라 경제청문회는 오는 15일부터 내달 13일까지 30일간 열리게 됐다.

그러나 야당이 불참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여당 단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의원들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본회의장에 옆문으로 일제히 진입,순식간에 회의장을 장악했다.

이어 김봉호 국회부의장은 국회의장석이 아닌 국민회의 의석에서 여당
의원들의 호위속에 4개 안건들을 일괄상정, 30여초만에 변칙적으로 기습
처리했다.

여당은 그러나 정치적 파장을 우려, 한나라당 서상목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상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의안처리 직후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여당이
안기부의 불법 정치사찰을 비호하고 "날치기 전문집단"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데 대해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이날 여당의 안건처리는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 상태를 관망해오던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19분께 각각 원내총무실에서 보좌진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는 "작전"을 시작했다.

본회의장 입구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스크럼을 짜고 여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강력히 저지함에 따라 수차례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본회의장 출입구가 있는 중앙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나라당 보좌진들은 "한나라"를 연호하며 여당 보좌진들과 거칠게
부딪쳤다.

서로 멱살을 잡는 등의 격렬한 몸싸움도 벌어졌다.

본회의장 중앙 출입구에서 집중적으로 밀고 당기기가 벌어진 가운데 오후
5시25분께부터 중앙 홀 왼쪽과 오른쪽에 설치된 출입문을 통해 여당 의원
대다수가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했다.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한 국민회의 설훈 장영달 정한용 의원 등은 곧바로
의장석 앞으로 다가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구호를 써서 붙여 놓은 대형
유인물을 뜯어버렸다.

한나라당 이원복 변정일 의원 등이 고함을 치면서 몸으로 밀쳤지만 막지는
못했다.

이어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속속 좌석을 찾아 앉았고 의장석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국민회의 한영애 의원은 "어디서 감히 보좌관들이 의원의 멱살을 잡느냐"며
"사진을 찍어 전부 의법조치하라"고 호통을 쳤다.

국민회의 김옥두 장영달 박광태 의원 등은 "한나라당이 깡패들을 동원했다"
고 다소 과장된 듯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사철 김정숙 의원 등은 "정치사찰이나 하면서 뭐가 큰 소리냐"
고 맞받아쳤다.

<>.의결정족수가 됐다고 판단한 국민회의 의원들은 1차 단상 점거를 시도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막아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급기야 오후 5시37분쯤 국민회의 김봉호 부의장이 국민회의 의석 중간에서
소속 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선 핸드마이크로 경제청문회 국정조사계획서
와 3개의 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김 부의장은 불과 30여초만에 4개의 안건을 처리됐음을 선포했다.

김 부의장의 오른손에는 의사봉이 들려있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함을 치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닭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으로 속수무책이었다.

상황이 끝나자 국민회의 일부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한나라당 안택수 대변인은 이날 본회의를 마친뒤 성명을 발표, "여당은
이성을 상실한 채 국회의 자존심과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고 민의의 전당을
유린, 국회를 ''통법 거수기''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의원총회에서 일부 소장파의원들은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의 초강경수로
임하자고 지도부에 건의했다.

특히 김형오 의원은 동료의원들의 호응여부와 관계없이 이달안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의원들은 이날 심야까지 여권의 ''날치기'' 처리에 항의,
본회의장에서 교대로 밤샘 농성을 벌였다.

< 이의철 기자 eclee@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