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본회의가 오후2시36분 개의된지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30분쯤 사회
를 맡은 김봉호 부의장은 의장석을 국민회의 의원들이 둘러싼 가운데 돌연
한.일어업협정 비준동의안을 비롯한 66개 안건의 일괄 상정을 선언했다.

김 부의장은 이어 한.일어업협정 비준동의안을 포함한 상정안건에 대해
제안설명을 생략한 뒤 곧바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뒤 "이의 없으십니까,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는 말과 함께 한건, 한건 가결을 선포해 15분만에
처리했다.

본회의장 바깥에서 농성을 벌이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한나라당 의원들은
"뭐하는 짓이야. 의결정족수도 안되잖아"하며 의장석으로 향했으나 여당의원
들이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때문에 의장석에 접근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부의장이 안건을 상정하면서 "이의 없습니까"라고
묻자 "이의 있어"하며 격렬히 항의했으나 계속 통과를 알리는 타봉이 이어
지자 체념한 듯 본회의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3시25분께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자민련 의원등 14명의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지키고 있던 의장실 통로를
통해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 의결정족수를 채웠다.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김영배 부총재가 의원들의 진입을 저지하는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을 본회의장으로 끌고 들어와 뺨을 때리며 "무슨 권한으로 의원
들 진입을 막느냐"며 호통을 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뒤이어 한나라당 이규택 수석부총무가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국민회의 의원
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한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장실과 김봉호 부의장실을
점거했으나 오후 1시50분께 이를 풀고 본회의장 출입구 봉쇄에 나섰다.

김 부의장를 비롯한 1백여명의 여당의원들은 이미 입장을 완료한 상태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출입문 3곳을 걸어잠그고 각각 20~30명씩 모여
앉아 여당의원들의 입장을 막았으나 여당의원들도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런 승강이 와중에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 등 10여명은 본회의장 속기사석
을 통해 입장했다.

이인구 의원은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은 무슨 처사냐"
며 소리쳤고 한나라당 측은 "정보위원들의 정보자료실 진입을 막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본회의장에서는 한영애 의원을 비롯한 국민회의 의원들이 김 부의장에게
"왜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