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

당 정책위원회 산하에 각 정부 부처의 "카운터 파트"로 신설된 19개
위원회가 서서히 제 기능을 수행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이회창총재가 잇따라 대기업간 빅딜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책위의 보좌가 제기능을 찾으면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처리하려 했던 규제개혁 통합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동을 건 것도 정책위의 작품이었다.

아울러 외교통상위원회는 이신범 위원장의 주도하에 여당의 "북풍" 공세에
맞서 "역북풍"을 일으켰고 국방위원회는 천용택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주도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1월26일 전국위원회 개최를 통해 정책위를 대폭 강화
했지만 집권당 시절과 달라진 위상으로 적응에 적잖은 고통이 뒤따랐다.

월급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일해야 할 직원들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독선"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정책위가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정권교체후 아무도 드러다보지 않던 정책위에 집권여당을 비판하는 민원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 촉발하면서 여기저기서 한나라당을
찾았다.

부산 삼성자동차 공장 근로자들과 협력업체들은 믿을건 한나라당 뿐이라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해 왔다.

집권당에만 상주하다시피 하던 시위대들도 한나라당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후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정책위 보고가 대여공세 전략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상득 정책위의장은 PCS(개인휴대통신)와 케이블TV의 빅딜이 정부의
무원칙으로 정책혼선이 예상되고 현대와 LG반도체의 빅딜도 새로운 정경유착
의혹이 있다고 연일 보고했다.

이강두 정책실장도 정책위에 입수된 정보에 근거해 정부가 한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 한미은행장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위는 내년초에 19개 위원회별로 "정책개발 10대과제"를 세워 변신의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