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결과가 발표되자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결과가 나쁘지 않다"며
짤막하게 언급한뒤 "이제 국회는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법안에 힘쓸
때"라고 화두를 돌렸다.

당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걱정은 했으나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다는게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
의 반응이다.

자민련은 논평을 통해 "이번 표결결과가 우리 당과 국민회의와의 공조를
재확인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안택수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국민과 이 정권에 안보의 중요성
을 일깨운 점만으로도 정치적인 성과가 컸다"며 "사실상 야당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천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표결이 정확히 찬반 동수로 확인된 순간
여야의 분위기는 묘하게 엇갈렸다.

국민회의는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내심 ''충격적''이라는 표정이었다.

국민회의 의석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한화갑 원내총무는 "솔직히 예상보다 표가 덜 나왔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치적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이었다.

본 회의장 뒷편에 앉아있던 박희태 총무는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시
했다.

지도부와 악수를 나누며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요건이 재적 과반수(1백50석이상)임을 감안할 때
이날의 관전 포인트는 해임건의안의 가부 자체는 아니었다.

여야 각 당이 물리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의석수를 기준으로 할 때 어느
쪽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어느 쪽에서 얼마 만큼의 이탈표가 나오느냐
였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모두 이날의 표결을 "승리"라며 목청을 돋우었지만
미세하나마 상호불신의 싹이 커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임시국회운영을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도 여여공조가 필요한 때인만큼 이번
표결결과는 양쪽에 "찜찜한"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동원 가능한 1백31석 미만의 찬성표가 나올 경우 이회창 체제를
둘러싼 주류.비주류의 싸움이 앞당겨질 공산이 컸으나 일단은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야 모두 큰 이탈표 없이 현 의석수 수준의 표결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국회운영에 있어 무게중심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
은 적어졌다.

<>.이날 본회의 표결에는 한나라당에서 와병중인 최형우 정재문 제정구
이수인 의원과 구속, 수감중인 이신행 상중인 변정일 의원이 표결에 불참
했다.

무소속에서는 홍사덕 한이헌 의원이 참석했고 강경식 정몽준 의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표결에는 자민련의원들이 가장 많이 불참했다.

이탈표를 의식한 구천서 원내총무는 지역구 행사가 있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 본회의 표결에 불참해도 좋다는 뜻을 소속의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종필 총리와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을 비롯한 12명이 불참했다.

국민회의에서는 천 장관을 비롯한 이해찬 교육부장관과 정균환 사무총장 등
7명이 국정수행과 지구당행사 등을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천 장관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부결되자 "엄한 질책으로
알고 무거운 마음으로 새출발하겠다"고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천 장관은 국민회의 원내총무실에 들러 동료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반성하는 의미에서 오늘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거취 문제로
밤샘고민은 물론 부하 지휘관들과 수차례 상의했다"고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