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은 18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수평적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양당 지도부는 금융기관 기업 공공부문 노사관계 등 4대 분야의 개혁 작업
이 원활히 이뤄져 환율과 금리 주가 등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새정부의 개혁
이 두 당의 공조하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민련 박태준 총재는 기념사를 통해 "새정부가 경제개혁에 사력을 다했고
실업의 고통을 감내한 국민들의 협력으로 국난극복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국가사회의 총체적 개혁을 위해 더 분발하자"고 말했다.

이날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기념사를 통해 "지난 1년간 공동정부
를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온 점이 새정부의 정당성을
더욱 높여줬다"며 양당 공조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동정권의 연결고리였으면서도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내각제 개헌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소의 긴장감을 느끼게 까지 하는 말들이 오가는 등
내각제 논쟁이 공식적으로 점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치사를 통해 "현재 내각제와 관련해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멀지 않아 김종필 총리와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하는
등 내각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김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 약속은 그대로 살아있으며 동시에 여권내에서
경제가 어려운 만큼 시기조절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김종필 총리와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사람으로서 결자
해지 차원에서 김 총리와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내각제 문제로 쓸데없이 간극을 만들어 국민에게 걱정을
주고 서로가 의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국회와
청문회 등 많은 문제가 있는 만큼 할 일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나는 일생에 다섯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당당하게 나라를
위해 중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내 자신이 의리를 먼저 배반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그러나 내각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간접화법으로
내각제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총리는 "우리는 1년전 한국 정치의 체제 개혁을 위한 맹약을 했고 이것
을 바탕으로 승리했다"며 "우리의 승리는 승리이기 이전에 국민과 역사에
책임을 져야할 우리의 속박이며 부채"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특히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신의이며 이것을 잃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해 내각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동정권의 존립기반
도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

김 총리는 "우리 헌정사가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가 된 이유는 순리를
어겼고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과욕을 버리고 공동정권을 잘
꾸려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영광의 월계관 보다는 신의가 존중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신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약속 이행을 전면에 내세운 자민련의 "원칙론"과 국민회의의 "현실론"이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경제회복후 적절한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실상 현시점에서의 ''개헌논의 유보''입장을 보였다.

개헌을 하더라도 2000년 4월의 16대총선 이후에 해야한다는 국민회의 일부
당직자들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김 총리는 99년 중 개헌을 매듭짓고 16대 총선은 내각제 헌법하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단일화 합의 내용''을 강조한 셈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