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동생 회성씨가 10일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과 관련, 검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연말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또 다시 정치보복적인 "야당 파괴"와
"이회창 죽이기"가 시작됐다며 대선자금 등에 대한 국정조사요구권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여권은 공식적인 대응을 삼간채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국이 급랭될까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를 마칠때까지 동생의 체포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이 총재는 안택수 대변인으로부터 소식을 처음 접하고 "예산안이 처리
되자마자 이럴 수 있느냐"며 몹시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안택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총재를 겨냥하고 나아가 한나라당을
공중분해시키려는 여권의 계획된 시나리오"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여권이 미국에 체류중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을 조만간 불러들여 신분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이날 오후 긴급히 소집된 총재단 회의에서는 "이회성씨 연행은 여권이
판문점 북한군 접촉사건과 김훈중위 사망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공작"
이라고 규정했다.

또 대선자금을 포함한 여야 정치자금 전반에 걸친 국정조사요구권과 천용택
국방부장관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안택수 대변인은 총재단회의 브리핑을 통해 "국정조사요구권과 해임결의안
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은 중대결심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야당의 움직임속에 청와대와 국민회의 등 여권은 민생.개혁법안
처리와 경제청문회 개최 등 산적한 현안 들이 볼모로 잡힐까봐 몹시 신경
쓰는 눈치다.

청와대 박지원 대변인은 "범죄혐의에 대한 조치로 정치적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며 애써 의미부여를 피했다.

그러나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 총재에게도 "뭔가 있다"고 암시하고 있어
칼날이 점차 중심권을 향해가고 있는 인상이다.

정국운영 파트너로서의 "이회창 배제론"이 다시 여권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내에서 비주류와 중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이회창 연대"
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검찰의 긴급체포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를
가늠케 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권의 정계개편이 시작됐다는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앞으로 1주일여 남은 정기국회 운영은 "파행"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현재 논란 중인 규제개혁통합법안 처리, 교원정년 단축 및 교원노조
합법화, 의료보험 통합, 특검제 도입, 한.일 어업협정 비준안 동의 등 각종
쟁점법안과 현안의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