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제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8일 오후 35개항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한 뒤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의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불참, 분야별 조기 무역자유화
(EVSL) 합의 실패 등으로 인해 당초 기대보다 성과가 미흡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회원국간 협력을
진일보시킨 것은 이번 정상회의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채택된 35개항의 선언문중 금융위기 관련 내용은 18개항이나 된다.

그중에도 핵심은 <>금융위기 국가의 강력한 자구노력 <>경제대국의 적극적
인 협력 <>투기성 단기자본 규제 <>회원국들의 성장지향 정책 등으로 요약
되는 위기극복 대책이다.

미국과 일본 등이 아시아에 1백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구체적인 결실이
맺어지기도 했다.

우선 금융위기 국가의 자구노력과 관련해서는 "한국 필리핀 태국이 강력한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한 결과 경제회복의 기반이 구축됐다"는 문안이 눈에
띤다.

이는 이들 3개국의 개혁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회원국들에게
구조조정의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투기성 단기자본 대책과 관련해서는 헤지펀드 등에 대한 국제적 감시
강화대책을 재무장관들이 마련, 내년 9월 7차 정상회의에 보고토록 했다.

특이한 점은 단기자본의 이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해서도 신용평가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한 대목이다.

이는 금융위기와 관련,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책임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대국의 협력사항으로는 금융위기국들에게 선진국들이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하는 성과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수출신용, 수출보험 등 양자기관 및 다자금융기구를 통해
신흥시장국가에 신용제공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와함께 금융위기국의 고용증대 및 빈곤계층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재정지원도 확대할 것을 선언했다.

선언문은 또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회원국들이 성장지향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회원국을 경제상황에 따라 구분해 각각 정책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책협조"를 보다 가시화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게는 금리추가인하, 재정확대 및 감세 등을 통한
내수부양을 권고했다.

또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금융위기 당사국에는 성장지향 정책과
구조조정의 가속화를, 그밖의 경기침체국가에는 금융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정책을 촉구했다.

이번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이같은 금융위기 관련내용 외에 내년 6월의
서울 투자박람회 개최, 지식산업과 관광산업의 활성화, 중소기업 활성화,
정보화시대 대비 노력 등도 포함됐다.

APEC 자체가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는 상당히 느슨한 결집체인데다
경제상황이 상이한 나라들이 모여 구속력이나 단합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그런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위기 1년을 맞는 시점에서 세계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정연하게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 콸라룸푸르=깁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