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3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룽지(주용기) 총리,
리펑(이붕) 전인대상무위원장,후 진타오(호금도) 국가부주석, 첸치천(전기침)
부총리 등 중국 서열 2~5위내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정부와 의회
최고위층 인사들을 잇따라 면담했다.

김 대통령은 주 총리 및 리 위원장과는 경제문제에 대해, 후 부주석과
첸 부총리와는 남북문제에 대해 주로 의견을 나눴다고 배석한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주룽지 총리는 김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베이징(북경)~상하이(상해)간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국의 기술
실태를 파악하기위해 기술조사반을 파견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주 총리는 또 한국의 중국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진출 문제에 대해
"아직 원전계획이 없으나 건설을 하면 한국에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주 총리는 특히 "중국 위안(원)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해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 총리는 김 대통령이 중국이 내수진작을 통해 성장률을 8%이상
지속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간접 표명한 데 대해 "국제여건이 좋지
않으나 내년엔 내수를 진작해 올해보다 높은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중국의 대한무역적자는 한국의 경제난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므로 한국경제가 회복되면 개선될 것"이라며 중국산 옥수수와 석탄
구매 증대,조정관세 품목 축소와 인하 등을 약속했다.

<>.김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는 댜오위타이(조어대) 12호각 주 총리와의
면담에서부터 만찬석상까지 이어졌다.

주 총리는 김 대통령의 요청을 대부분 자신감있고 시원시원한 태도로
수용하면서 "내가 대통령 각하를 존경하기 때문에 지금 드린 말씀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그렇다면 우리가 고맙다는 박수를 쳐야겠다"며 다른
한국측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만찬석상에서 김 대통령과 주 총리는 연신 큰 웃음을 터뜨렸으며 만찬이
끝나자 주 총리는 김 대통령의 손을 잡고 승용차까지 안내한 뒤 김 대통령을
포옹하면서 "대통령각하와 내가 친구가 돼 한.중관계의 새시대를 여는데
앞장서자"고 말했다.

이날 주총리의 홍소에 대해 만찬에 참석한 중국 외교관들은 "총리가 매우
냉정한 분인데 저렇게 유쾌하게 웃는 것은 처음 봤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인민대회당 접대청에서 리 상무위원장을 만난 김 대통령은 "리 위원장은
총리재임시 북한과의 관계 등 사정이 있음에도 한.중 국교정상화의 영단을
내려 이제 양국이 동반자관계로 발전한 데 공이 크다"고 치하하고 리 위원장
이 내년 조기에 방한해줄 것을 요청했다.

리 위원장은 자신이 총리 재임시 두번이나 방한한 점을 상기시키고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기록적인 외환보유고를 확보한 것은 또 하나의
기적"이라며 "위기때 한국민들이 금모으기운동을 벌이는 것을 TV로 봤다"고
관심을 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3일 오전 숙소인 댜오위타이(조어대) 18호각에서
중국방문을 수행중인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
김우중 전경련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 등과 조찬을 함께 하며 "세일즈
외교"전략을 협의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이날 저녁에 만나는 주룽지(주용기)총리가 중국경제의
실질적인 총책임자임을 상기시키면서 기업들의 건의사항을 물었다고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김 회장은 "대우가 중국에 자동차 완성품 조립공장 건립 신청을
해놓았으나 허가가 잘 나오지 않는다"며 주 총리와 면담에서 관심을
환기시켜줄 것을 요청.

박상희 기협중앙회장은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점을 거론해달라"고 건의.

< 베이징=김수섭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