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3일부터 20일동안 실시된 올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후 첫 국감인데다 오랜 정치공백 끝에 재개된 "정책대결의 장"이란
점에서 기대와 관심을 모았었다.

또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이라는 재료가 더해지면서 신선한 변화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총풍" "세풍" 등을 둘러싼 여야간 정쟁 격화로
"정책감사"의 의미는 상당부분 퇴색하고 말았다.

일부 의원들의 고함, 욕설과 몸싸움, 폭로성 한건주의 등도 여전히 되풀이
됐다.

제도와 운영상의 미비점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어본다.


<>감사보다는 정치공방 =한나라당 N의원은 재경부 감사에서 엉뚱하게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을 거론했다.

노동부 감사에선 느닷없이 "DJ비자금 의혹"이 튀어나왔다.

"총풍"과 "세풍", 서울역 집회방해사건 등 정치현안이 거론된 상임위에서는
예외없이 여야 의원간에 말싸움, 맞고함, 삿대질이 이어졌고 정회와 집단퇴장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추태 =국감 첫날 농림해양수산위 국감에서 벌어진
"TV카메라앞 볏단쇼"가 대표적이다.

정무위 감사장에서는 여야 의원이 폭언에다 멱살잡이까지 벌였다.

상당수 상임위에서는 한건주의를 "의혹 부풀리기"식 폭로도 이어졌다.

은행장들을 출석시킨 정무위 국감에선 자민련 L의원은 "내가 명시하는
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있느냐"고 노골적인 대출청탁을 해 주변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무성의한 답변 =오늘 하루만 잘 넘기면 된다는 식의 답변태도도 국감을
부실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신용관리기금에 대한 감사에서 기금이사장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면피성 발언으로 여야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피감기관장이 내용을 잘 모르고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부처는 과장급 간부들이 거의 전원이 국감장에 나와 부처
업무가 마비되다 시피했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과장급의 국감장 출석을 금지시키라는 지시를 하고 부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장관은 그만두라고 까지 하는 "웃어 넘길 수
없는"상황도 벌어졌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핵심 질의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장관들의
모습도 없지 않았다.

현행 국감의 틀로선 피감기관장의 이같은 부실 답변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대안은 무엇인가 =국정감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6개
상임위가 1년에 단 한번, 그것도 불과 20일동안 한꺼번에 국감을 실시한다는
"물리적 한계"때문이다.

올해의 경우에도 피감기관이 무려 3백29개 달해 휴일을 제외하면 1개 상임위
가 하루당 평균 2개기관을 감사해야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해선 피감기관을 줄이거나 국감기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론 상임위를 연중 상시적으로 운영하거나 특정기관 또는 특정사안에
대해 집중 감사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상임위에 자율성을 부여, 각 상임위가 독자적으로 국감시기와 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운영방식의 개선점은 없나 =백화점식으로 나열되는 질문을 공동질의와
일문일답식으로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복되는 자료요청도 국회사무처를 통해 정리,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감을 TV로 생중계하거나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상임위 산하에 소위원회를 두고 이를 통해 감사를 진행할 경우 집중감사를
할 수 있고 일문일답식 운영도 가능하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