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간의 여야총재회담이 "진통"끝에
성사됨으로써 새정부 출범이후 지속돼왔던 여야대치 정국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특히 여야총재들이 경제청문회 등 앞으로의 정치일정에 합의, 예산안처리
문제를 비롯한 각종 개혁.민생법안과 정치개혁작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총풍과 고문 및 불법감청, 정치인 사정 등 기존의 정치쟁점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정국도 상대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여야간 긴장관계가 곧바로 밀월관계로 반전될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야간 뿌리깊은 불신감이 이번 총재회담으로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총재회담이 이루어지기까지 여야 총무.사무총장간의 "합의와 번복"과정을
곱씹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과거 한국 정치사의 어떤 총재회담에서도 이번처럼 사전에 의제를 설정하는
문제로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인 적이 없었다.

이는 현재의 여야가 그만큼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골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권은 이 총재가 번번이 사무총장.총무간 합의사항을 번복하는 등 정치력과
신뢰도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여권이 사전에 합의문을 작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 총재의 정치스타일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이 총재회담을 이용해 한나라당을 들러리로
세우면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려한다는 의심섞인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재회담이 정국운영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만은
틀림없다.

총재회담을 계기로 여야 수뇌부가 싫든 좋든 서로를 국정의 파트너로 인식
했다는 점에서다.

"게임이론"의 틀에서 해석한다면 여야총재들이 서로를 "비협조적 경쟁자
(non-corporate competitor)"의 수준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현재의 여야관계가 "협조적 경쟁자"의 수준으로 발전되기는 힘들겠지만
"정치"라는 "게임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