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는 30일 정부 각 부처와 산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 때 국장급
이상과 과장급 필수요원만 참석시키라고 거듭 지시했다.

김 총리는 29일 과장급 이하 철수지시가 먹혀들지 않자 이날 재차 지시
하면서 "국감 답변에 자신이 없으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며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

총리실은 이에따라 이날부터 각 국감장에 직원을 파견, 총리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기도 했다.

점검결과를 각 장관 개인평가 및 부처 평가에 반영하라고 김 총리가 언명을
했기 때문이다.

김 총리의 이같은 "불호령"이 떨어지자 이날 국회 각 국감장에는 무더기로
몰려오던 공무원들의 모습이 크게 줄어들었다.

국회에서 진행된 통계청 대상 재경위 국감장에는 윤영대 청장 뒤에 국장급
을 비롯 간부 15명 가량이 배석했을 뿐 많은 자리가 비어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또 국감장 바깥 복도의 경우도 평소 50~60명이 몰려 부처 전체를 옮겨 온
듯한 분위기와 달리 소관 사항별로 답변자료를 준비하는 과장급과 일부
사무관급 직원 20~30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지자체 회의실에서 진행된 주요 상임위 국감장
주변의 공무원도 눈에 띄게 줄었다.

환경노동위 행정자치위 국감이 열린 경기도청과 인천시청 국감의 경우
회의장 안에 실.국장들만 배석했을 뿐 밖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경기도 국감을 몇해동안 지켜본 한 국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회의장 안팎에
과장 계장들이 몰려 답변자료를 준비했으나 29일과 30일에는 빈 자리가
여기저기 보이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기업 등 피감기관 회의실에서 열리는 국감의 경우는 여전히
회의장 주변에 실무직원들이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총리 지시를 이행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의원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어서 그런지 온종일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인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