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가 87년 KAL기 폭파사건, 92년 간첩 이선실사건 등의 "조작 의혹"을
거론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진상규명을 위한 "북풍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북풍 공방"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기부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풍 의혹" 사례로 <>KAL기 사건(87년
대선) <>간첩 이선실 사건(92년 대선) <>판문점 북한군 출몰사건(96년 총선)
<>오익제사건과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97년 대선) 등을 들었다.

안기부는 "당시 집권당이 선거 때마다 북한의 불순책동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데 대해 국민들이 석연치 않게 여기고 있다"며 이 가운데 조사 중인 "판문점
총격 요청사건"외에 "96년 북한군 출몰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국기를 흔드는 발상"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북풍 청문회 개최를 여권에 촉구함과 동시에 국정조사 요구권을 국회에 제출
키로 했다.

또 당 차원의 북풍 청문회 조사위도 구성키로 했다.

안상수 대변인은 15일 "안기부가 거론한 사건 등은 북한이 저지른 것이며
확증도 있었던 사건들"이라며 "이런 사건이 조작이라면 안기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존재한 게 아니라 국가를 망치기 위한 기구였던 셈"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변인은 이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자기국민 1백50여명이 탄 여객기를
폭파시킨다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기본적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범죄행위"
라고 비난했다.

또 이선실 사건 당시 안기부 1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이종찬안기부장이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의 고문조작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과거 사건들을 전부 조작으로 몰아부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
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야당 주장처럼 안기부 고문 조작설에
대한 물타기는 절대 아니다"며 "모든 의혹을 명백히 밝히겠다는 진상규명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