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독자적 근대화에 성공했고 서구의 문물을 수용하여
큰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당시의 일본은 제국주의와 전쟁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일본 국민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국민들에게 큰 희생과 고통을 안겨 줬다.

하지만 2차 대전 후 일본은 달라졌다.

일본 국민은 땀과 눈물을 바쳐 의회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참으로 길고 깊다고 할 수 있다.

50년도 안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1천5백년에 걸친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한일 두 나라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를 맞이했다.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새 시대의 한.일 우호관계를 보다 증진시키기 위해 일본 대중문화의
한국 진출을 단계적으로 개방할 것이다.

또한 60만 재일 한국인에게 지방 참정권의 획득이 조기에 이루어진다면
재일한국인과 한국국민이 크게 기뻐할 것이다.

많은 식자들이 아시아에서 서구적 민주주의가 적합치 않다거나 시기상조
라는 말을 해왔으나 이는 분명한 오류다.

아시아에도 서구 못지 않은 인권사상과 국민주권 사상이 있으며 민주주의는
본질적인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통일에 앞서 남북한간 평화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북한의 미사일개발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미국 3국의
대북공조체제가 필요하다.

한국 국민은 경제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한국은 지금 외국투자가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일본 투자가들이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줄 것을 기대한다.

세계경제와 아시아 경제에 있어 일본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본 경제가 조속히 회복되고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