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비선 조직의 "대북 판문점 총격
요청설"이 터져나와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국세청을 통한 불법 대선자금 모금사건의 "편파수사"논란과 서울역 앞
집회의 "폭력배 동원" 시비가 세차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메가톤급
사건이 돌출, 정국이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권은 1일 "판문점 총격 요청"은 한나라당이 정권연장을 위해 동원한 북풍
공작의 일환으로 저지른 범죄 행위로 규정, 대야 총공세에 나섰다.

특히 이회창 총재의 인지여부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또 사건의 배후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관련여부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 총재에 대한 모함이자 야당파괴 정치공작의 결정판이라
며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을 검토키로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 사건에 대해 대선 당시 제기해온 "한나라당과 북한측간
내통" 주장이 사실로 입증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기부와 국세청에 이어 북한까지
동원해 정권교체를 저지하려 한 반민주적 반민족적 죄악상이 드러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설훈 기조위원장은 "정권을 잡기위해 적에게 총을 쏘도록 요청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회창 총재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변웅전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회창 총재는 두 아들의 병역기피로
인한 국방의혹과 국세청을 동원한 세도의혹에 이어 적과의 내통의혹까지
받고 있는 만큼 이에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안보를 팔아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태도는 온 국민의
분노를 살 처사"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김현욱 의원은 "이 총재는 법률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총재의
정계은퇴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검찰의 "판문점 총격요청"
발표를 야당파괴와 정치보복 행위로 단정하고 당력을 총동원해 대여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또 "허동웅 사건" 등 김대중 대통령 관련 대북 접촉 의혹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 총재는 당사에서 열린 "서울역 유혈정치테러 규탄대회"에서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근거없는 사실로 야당총재인 나를 모함하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대선당시 후보비서실장을 지낸 신경식 사무총장은 "이 후보 비선조직이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며 "당시 그러한
비선조직도 없고 비밀정책특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파괴와 이회창 죽이기 공작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이 총재에 대한 정치보복이 극치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안 대변인은 "일개 청와대 행정관과 30대 기업가 등 애송이들이 주동이
되어 이 총재의 당선을 위해 대선직전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청와대와 집권당이 이 총재가 관련된 것처럼 정치공세를 펴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지검 공안1부는 이날 오전 전 청와대행정관 오정은씨 등 3명이
대선 직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인사와 만나 판문점에서 총격전을 벌여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한나라당 지도부의 개입여부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