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이 가중되면서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조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한달간 지구당 운영비만 보통 1천만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경기가 얼어붙어
합법적인 후원금이나 기부금을 모금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강도 높은 정치권 사정이 계속되면서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지고 있어 의원들은 후원회를 여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다.

애초부터 개인적으로 경제적 기반이 튼튼하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세비와
후원금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후원회 행사를 치렀던 한나라당 이우재 안택수 김문수의원들도 이전에
비해 모금액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국민회의 양성철 김옥두의원 등 최근 후원회를 개최한 여당 의원들은
"야당 시절에 비해 모금액이 늘어난게 사실이지만 지구당 운영비와 각종
의정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만큼 충분한 액수는 아니다"고 밝혔다.

30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올들어 8월말 현재 국회의원들이 후원회를 통해
거둬들인 정치자금의 1인당 평균액은 4천8백4만5천원에 달했다.

정당별로는 <>국민회의 7천17만5천원 <>자민련 5천4백30만2천원 <>국민신당
4천4백23만2천원 <>한나라당 3천3백68만5천원 등의 순으로 집계돼 공동여당
의원들의 후원금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97년 의원 1인당 평균 후원금은 1억9백만원, 정당별로는 <>국민회의
1억2천2백만원 <>국민신당 1억2천만원 <>한나라당 1억1천3백만원 <>자민련
7천3백만원등의 순이었다.

의원들은 지구당 조직의 군살을 빼고 씀씀이를 줄이는데서 "수입감소"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회재경위원장인 김동욱의원은 "지구당의 상근 당직자를 축소하고 경상
경비도 대폭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 의원 보좌관은 "지역 주민의 경조사때 1만5천원짜리 앨범이나
향초를 보내주고 있다"며 "정치자금법이 개정돼 1만5천원 이상의 경품을
제공하면 처벌받도록 한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북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K의원의 보좌관은 30일 "예년에는 평소에 도움을
준 많은 유권자들에게 직접 선물을 보냈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주요 지구당 당직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사편지만 보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부업도 모색하고 있다.

국민회의 장영달 이길재 임채정의원 등은 지난해 여름 강남에 공동사진관을
마련했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큼 이익이 나지는 않고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강연과 기고를 통해 짭짤한 부수입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새정부의 경제정책 및 개혁과제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면서 여권 의원 가운데서 가장 바쁘게 강연 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는 한달에 1천만원 가까운 강연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의 경우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을 받는 독특한
형태의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 정치자금 모금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기동창 등으로 구성된 후원회 회원들은 1만원에서
10만원씩을 매달 후원회비로 내고 있다.

보통 지구당의 상근 당직자가 5~7명인데 반해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은
2명만으로 지구당을 운영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있다.

다른 대부분 의원들도 지구당 당직자를 줄여 나가고 있다.

이같은 의원들의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돈 안드는 정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선거공영제를 확대하고 지구당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하고 자원봉사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