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대선자금수사와 의원 빼내가기에 반발, 특별검사제도
도입을 주장하며 11일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여권은 야당이 거리로 나선데 대해 "세풍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전략으로 간주, 세풍 사건을 고리로 한 대야 협상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는 이날 공전됐고 의사일정 협의를 위한 여야
총무단 접촉도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이날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발언내용을
놓고 여야가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극한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특별검사제관철에
대여투쟁의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곧 공청회 등을 거쳐 특별검사제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인천에서 "김대중 정권 야당파괴 및 철새정치인
규탄대회"를 가진 뒤 서울 시내 7곳에서 특별 당보를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 야권 ]]

이날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는
청와대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대통령을 도마 위에 올린 초강경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규택 수석부총무는 "올해 76세가 되는 분이 사정 사정하다가 내년에
혹시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김대중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또 "김 대통령이 거짓말을 너무 잘해 우리 당 김홍신 의원이 얘기한
공업용 미싱이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태재단은 "아태"가 아니라 화투판의 "아도"재단"이라며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이 아도재단을 통해 들어갔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백승홍 의원은 "나라를 편하게 하기 위해 DJ가 하루 속히 하야해줄 것을
국민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의원이 아닌 지구당위원장들의 말은 더욱 거칠었다.

김성식 예산지구당위원장은 "DJ정권이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며
"김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들 처럼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여권 ]]

국민회의 주요 당직자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을 "이성을 상실한 정당"으로 규정하고 "차라리
당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이회창 총재와 임채주 전국세청장의 접촉설이 있는 만큼
세풍사건의 "몸통"은 이 총재일 개연성이 있다"며 "한나라당이 과거 민주화
투쟁을 어설프게 흉내낸 장외투쟁을 계속할 경우 자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이회창 총재가 있는 공개석상에서 이런 몰상식한
발언들이 쏟아진 점을 주목한다"며 이 총재를 물고 늘어졌다.

정균환 사무총장은 "인간 이하의 발언"이라고 언급한 뒤 "더 이상 이런
저질 의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저질발언을 한 의원들은 의원직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