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자민련총재가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박 총재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 총재와 주례회동을 갖고 대기업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 "박 총재가 책임지고 재계와 접촉하고 경제 각료들도
독려 및 조정할 것"을 당부했다고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같은 요청에 따라 박 총재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이 박 총재에게 기업구조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총재가 지난 6월 현대 삼성 LG그룹 간의 3각 빅딜(대기업간 사업교환)을
물밑에서 추진했던 것도 김 대통령으로부터 재계와의 가교 역할을 "부탁"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박 총재에게 김 대통령이 다시 한번 조정자의 역할을 요청함에 따라
박 총재에게 상당한 무게가 실리게 된 셈이다.

더구나 박 총재는 최근 "5대 그룹의 구조조정계획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한바 있어 대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촉박한 구조조정 시일에 쫓기고 있는 재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 대통령이 이날 박 총재에게 조정자의 역할을 맡긴데는 박 총재의 의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대변인은 이와관련, "오늘 회동에서는 박 총재가 많은 말을 했다"고
소개하며 "대통령께서 박 총재가 왜 이렇게 강해졌느냐"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박 총재는 이날 회동의 5개 합의사항 가운데 특히 금융기관 및 대기업
구조조정 부분과 관현해 개인적으로 많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