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가 경제장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대기업총수들을
잇따라 만나기로 하는 등 "경제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공동정권에서 "경제분야"는 자민련 몫인 만큼 김 총리는 이제 "서리"꼬리를
뗀 실세총리로서 경제문제에 직접 팔을 걷어 붙이기로 한 것이다.

김 총리는 4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몽구 현대, 이건희 삼성, 김우중
대우, 구본무 LG, 손길승 SK회장 등 5대 그룹 회장들과 만나 저녁을 함께
하며 경제난 극복을 위한 수출증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오는 11일에는 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 등 경제5단체장들과도 만나
신노사문화 정착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재계가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김 총리는 지난 29일엔 이규성 재경부장관에게 "수출도 중요하지만 우선
내수가 진작돼야 한다"며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31일에는 집무실에서 이 장관으로부터 1시간 30분동안이나 경제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기도 했다.

또 박태영 산자부장관에게는 "국산 골프채처럼 품질좋은 상품의 해외판매를
늘릴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특히 수출증대를 위해 이달부터 지역 수출업체들을 수시로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 1일에는 대전과 청주지역 중소 수출업체들을 방문한데 이어 이달중에
구로공단 인천 남동공단 구미공단 등을 두루 둘러보고 수출업체들을 독려할
예정이다.

김 총리가 경제문제에 직접 관여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을 지원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구조조정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업들에
"채찍"을 가하는 입장인 만큼 김 총리는 기업들을 독려하면서 정부가
기업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