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남권출신 대권후보론"이 정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한화갑 국민회의 원내총무가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한 총무의 발언은 대통령중심제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또 한 총무의 성격상 이같이 중대한 문제를 여권 수뇌부와의
교감없이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더욱이 한 총무의 이같은 언급이 이인제 국민신당 고문의 예우와 관련해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있는 이 고문을 내각제 개헌의 "방패막이"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31일 열린 자민련 총재단회의에서 주요 당직자들은 "새로 입당한 이인제씨나
이수성 평통부의장을 띄워주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전체적으로는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김용환 수석부총재 등 충청권 출신들은 "공동정권 출범후 6개월밖에
안된 시점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발언이 나오는 것은 경솔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라며 몹시 불쾌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부총재는 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경제난을 풀기위해 양당간에
합의한 내각제 문제도 유보한 상황에서 그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심히 유감
스러운 일이며 대통령에 대한 결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측은 이날 파문의 진화 작업에 나섰다.

한 총무의 발언이 자민련을 자극, 국정운영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집권 초기부터 김 대통령의 후계구도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지원 대변인은 "지역구도 타파의 필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개인적
발언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또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자민련과 대선 전에 약속한 대로 모든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호남인사 대권후보 배제론"이 여권의 적극적인 진화로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하더라도 정국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재부상, 공동정권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핵폭탄"으로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나라당 단독의 "야대"가 허물어지면 머지않아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고 보면 여권내의 "개헌공방"은
향후 정국의 풍향계가 될 것이 확실하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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