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경협등 협의한듯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24일 저녁 극비리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 대통령과 정 명예회장의 만남은 신격호 롯데그룹회장 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에 이어 재계 총수로서는 세번째 이뤄진 독대다.

김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무역확대진흥회의에서 자신과 면담을 희망하는
재계총수와 개별 회동을 갖겠다고 밝혔었다.

이번 정 명예회장과의 면담은 그러나 김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대통령으로서는 수출이 몇개월째 계속 감소하고 실업자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 경제상황에서 정 명예회장의 의견을 들어 볼 필요를
느꼈다는 얘기다.

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 명예회장에게 "부탁"할 일도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과 정 명예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금강산관광과 금강산개발사업
등 대북 경제협력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측이 추진중인 남북 협력 사업은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간의 획기적인
관계진전으로 이어질 수 도 있어 통치권자인 김 대통령으로서도 평소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는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김대통령은 이와함께 현대그룹이 기업구조조정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과 수출증대 노력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과 정 명예회장간의 극비회동 사실을 확인해 준
국민회의의 한 고위관계자는 "회동시기가 김 대통령의 호남방문을 앞둔
때여서 한남투자신탁 처리문제도 거론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대통령의 재계총수와의 개별 면담에 대해 "정부 정책에 대해
재계의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재계의 입장을 확실히 파악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7월말께 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과 독대했을 때는
"정부와 재계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8일 신격호 회장과의 독대에서는 정부의 공기업 매각과
외자도입사업에 일본기업이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양승현 기자 yangs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