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19일 "국민이 바라는 수준까지 정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민주주의에선 여야간 대결과 경쟁도
해야 하지만 지금은 국민을 위해 큰 정치를 펴야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여야 4개 정당 지도부를 부부동반으로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치개혁과 "제2 건국" 운동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정치개혁과 관련, "과거처럼 야당이 권력앞에서 고통받거나
여당이 권력을 악용해 이득을 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여야를 차별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모임엔 김종필총리를 비롯 이기택 한나라당 총재권한대행,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대행, 박태준 자민련총재, 이만섭 국민신당총재, 박준규
국회의장, 김수한 전국회의장 등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만찬 도중 김 대통령이 앉았던 헤드테이블에서
수차례 파안대소가 터지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 김대통령 주요 발언 내용 ]

오늘 초대에 응해줘서 대단히 감사하다.

부부동반으로 초대한 것은 부부가 고생을 같이 했으면 낙도 함께 하고
공식석상에도 같이 나가는 풍토를 만들었으면 해서다.

8.15 경축사에서 제2의 건국을 제창했다.

많은 배려와 협력을 바란다.

과거와 달리 민주주의를 철저히 하려 한다.

우리가 과거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시장경제를 철저히 했다면 지금과
같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은 없었을 것이다.

새 나라를 세운다는 정신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 발전시켜 일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과거 산업혁명시대엔 민족국가가 중심이 됐지만 지금과 같은 WTO(세계무역
기구)시대엔 국경이 점차로 무의미해지며 경제가 하나로 통합되는 시대다.

자국만으론 살 수 없다.

우리가 인도네시아 러시아 일본에 영향받고 있다.

이제 세계속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제 2의 건국을 제창했지만 우리는 당연히 제 1공화국의 법통을 계승한다.

정치적 국민운동적 제2건국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대단하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정치개혁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다.

심지어 듣기 거북한 비판도 나온다.

정치를 국민이 바라는 수준까지 개혁시켜 국난을 타개하는데 협력해 달라.

분명히 말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여야를 차별하는
부당한 일은 없을 것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