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자유투표로 실시된 15대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는 총리인준, 정치권
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정계개편, 여여공조 등을 가름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정치권은 특히 여야 각 진영의 "이탈표"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전10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투표는 당초 예상대로 1,2차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부터 한나당의 반란표가 심상치 않은 수준에 달해
여권이 공동으로 내세운 박준규의원의 당선을 예고하는 듯 했다.

오후 3시45분께 단순다수결로 의장을 뽑는 결선투표가 실시됐고 박준규
의원은 오세응의원을 무려 10표 차로 제치고 의장에 당선됐다.

<>.이날 결선투표가 끝나자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반면 한나라당은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초상집
분위기였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국회 총무실에 모여 표분석을 하면서 국민신당의 몰표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지가 승리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했다.

한화갑 총무는 "이제 국회에서도 개혁정책을 밀고 나갈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즐거워했다.

자민련은 원내총무실에서 박준규 신임 의장에게 축하 인사를 하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총리인준안 처리를 늦출 가능성이 있지만 조만간 잘
해결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은 의장선거 패배로 사실상 내분상태로 들어갔다.

선거직후 가진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비판하면서
지도부 인책론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10시20분께 시작된 본회의에서 최다선(9선)인 박 의원이
임시의장으로서 개의를 선언한뒤 "의장후보인 만큼 쑥스러운 자리를 피하게
해달라"며 자신 다음으로 최다선(7선)인 한나라당 황낙주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이어 황 의원의 투표개시 선언으로 1차 투표에 들어간 여야 의원들은
20여분만에 투표를 모두 마쳤다.

이날 투표에는 재적의원 2백99명중 한나라당 최형우 노승우, 자민련 김복동,
무소속 강경식의원 등 4명을 제외한 여야의원 2백95명이 참여했다.

투표권 행사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김종필 총리서리는 투표시작 5분후
자민련 의원들의 안내로 회의장에 들어와 투표를 마쳤다.

김 총리서리는 곧바로 한나라당 의석으로 가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건네
4일로 예정된 총리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
이었다.

김 총리서리는 당초 투표를 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막판까지 여권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자체분석에 따라 투표를 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
이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의원은 김 총리서리가 자신의 의석 가까이 다가
왔는데도 짐짓 모른채 하고 있다가 김 총리서리가 "박 의원"하고 부르자
그제서야 얼굴을 돌려 악수에 응하는 등 그동안 쌓여온 감정의 앙금을
내비쳤다.

<>.1차 투표에서 10여명의 소속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나자
한나라당 하순봉 총무가 재검표를 요구하며 소속의원들을 퇴장시켜 2차
투표가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투표후 국회 본청 1백46호실에 모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에 모두 할 말을 잊은 표정들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이탈할 수가 있느냐", "12~20명이
이탈했다", "권력의 힘이 이렇게 막강하냐"며 성토했다.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1차 투표의 "패배" 결과에
대해 격론이 오갔으나 다시 한번 결속의 결의를 다지고 2차 투표에 응하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1차 투표에서 박준규 후보 이름을 잘못 쓴 무효표가 3표 나온
것과 관련, "박준규"라고 쓰인 종이를 의원들에게 돌리며 기표 교육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지연돼던 3차투표는 오후 3시45분부터
시작돼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무효표 판정을 놓고 여야의 감표위원들간
신경전이 벌어져 개표결과 발표가 다소 늦어졌다.

그러나 개표결과 박준규 의원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나갑시다"라는 하순봉 총무의 말에 따라 일제히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신임 박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내가 좀더 출중했더라면 초장에 됐을텐데
막판까지 와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허심탄회하게 총체적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