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처음으로 3일 자유투표로 실시된 15대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는
총리인준,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정계개편, 여여 공조 등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오전10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투표는 당초 예상대로 1,2차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자를 내지 못했다.

이에따라 여야는 각기 의원총회 등을 갖고 "표단속"작업을 벌인뒤 이날
오후 늦게 단순다수결로 의장을 뽑는 결선투표에 들어갔다.


<>.오전10시20분께 시작된 본회의에서 최다선(9선)인 박준규 의원은 임시
의장으로서 개의를 선언했다.

박의원은 그러나 "의장후보인 만큼 쑥스러운 자리를 피하게 해달라"며
출석의원중 자신 다음으로 최다선(7선)인 한나라당 황낙주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원래 차다선 의원은 8선의 김종필 총리서리이지만 김총리서리는 국무위원
대기석에 머물며 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1차투표의 개표가 시작되자 여야 의원들은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대화를 나눴고, 감표위원들은 투표용지를 일일이 확인하며
무효표 판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개표도중 자민련 감표위원인 이원범 의원이 투표용지를 가리키며
"이게 "박"자지 뭐냐"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감표위원중 한 의원은 "그렇게
"박"자를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맞고함을 치기도 했다.

소란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황낙주 의장대행은 "감표위원이 아닌 위원은
나가달라"고 3차례 당부방송을 하는 등 본회의장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1차 투표후 한나라당 하순봉 총무가 재검표를 요구하며 소속의원을
퇴장시켜 2차 투표가 잠시 중단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1차 투표후 국회 본청 1백46호실에 모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에 모두 할 말을 잊은 표정들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이탈할 수가 있느냐", "12~20명이
이탈했다", "권력의 힘이 이렇게 막강하냐"며 성토했다.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1차 투표의 "패배" 결과에
대해 격론이 오갔으나 다시 한번 결속의 결의를 다지고 2차 투표에 응하기로
했다.

특히 하 총무는 "오세응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면 정국상황은 끝"이라면서
"그런 결과가 초래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자는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지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하는 동안 국민회의는 1차 투표에서 박준규
후보 이름을 잘못 쓴 무효표가 3표 나온 것과 관련, "박준규"라고 쓰인
종이를 의원들에게 돌리며 기표 교육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을 시작으로 1차 투표에 들어간 여야 의원들은
20여분만에 투표를 모두 마치는 등 순조로운 진행을 보였다.

이날 투표에는 재적의원 2백99명중 와병중이거나 출장 또는 구속중인
한나라당 최형우 노승우, 자민련 김복동, 무소속 강경식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여야의원 2백95명이 참여했다.

투표권 행사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김종필 총리서리는 투표시작 5분후
김용환 의원 등 자민련 의원들의 안내로 회의장에 들어와 투표를 마쳤다.

김 총리서리는 곧바로 한나라당 의석으로 가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건네
4일로 예정된 총리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협조를 암묵적으로
당부했다.

김 총리서리는 당초 의장선거의 이해관계가 걸린 자민련의 명예총재인데다
4일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문제가 걸린 점 등을 감안, 투표를 하지 않을 방침
이었으나 막판까지 여권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자체분석에 따라 투표를
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김 총리서리가 자신의 의석 가까이 다가왔는
데도 짐짓 모른채 하고 있다가 김 총리서리가 "박 의원"하고 부르자 그제서야
얼굴을 돌려 악수에 응하는 등 그동안 쌓여온 감정의 앙금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을 마치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곧바로 시작된
2차투표는 15분만에 순조롭게 끝났으나 개표과정에서 여야 감표위원들간
무효표 판정을 놓고 또다시 시비가 벌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박 후보의 이름중 "박"자만 크게 쓰고 "준규"는
작게 쓴 투표용지가 발견되자 "공개투표"라며 무효처리를 주장했고,
여당에서는 한문으로 쓴 오세응 후보의 "응"자 일부가 틀린 것을 발견, 이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2차 투표가 끝난뒤 한나라당은 일부 동요하는 의원들을 최종 설득키 위해
상임위별로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3시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3차 투표에
응할지 여부와 향후 대책에대해 논의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2차 투표를 마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
하자 황 의장대행에게 3차투표를 곧바로 진행할 것을 압박했으나 황 의장
대행은 "야당감표위원 없이는 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고 맞섰다.

< 김삼규 기자 eskei@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