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발견된 북한 잠수정이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판문점 통과"로 상징되는 남.북간 경협무드에 새 변수로 등장했다.

북한 잠수정사건은 그 자체로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만은 틀림없다.

분명한 정전협정 위반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는 "잠수정이 표류했느냐 침투했느냐"는 논란과는 별개의 문제다.

잠수정 사건은 또 한국사회내 보수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 남.북간 화해
분위기에 냉소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교류와 협력의 손을 내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대남침투와
공작전술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의 이중성이 새삼 확인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23일 판문점에서 가진 장성급 회담에서도 잠수정사건과 관련해
북한측에 강력한 항의 표시를 했다.

그러나 이번 잠수정 사건만으로 남.북간 경협과 화해분위기가 즉각 경색
되리라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

그 근거는 두가지다.

첫째 사건의 진상이야 후에 밝혀질 것이지만 정황으로 미뤄 볼때 이번
잠수정은 무력도발이나 대남침투 목적보다는 정찰활동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사건의 파장은 지난 96년 강릉 잠수함사건때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역시 사건발생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23일 이례적으로 평양방송을
통해 "고성 앞바다에서 훈련중이던 잠수정이 기관고장으로 통신이 두절됐다"
며 "조난된 배와 선원들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측의 신속한 반응 자체가 태도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강릉 잠수함 사건때 북한측 공식반응은 만 4일이 지난 후에 나왔다.

두번째는 정부의 침착하고 신중한 대처다.

통일부의 고위관계자는 "잠수정 사건은 심각한 문제이나 이를 (북한측의)
도발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언급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임 수석은 "이번 잠수정 사건에 대해 과잉대응하지 않고 단순히 군사작전
차원에서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분리원칙에 근거한 새정부의 통일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새정부의 대북정책기조인 정.경분리원칙과 "햇볕론"을
실효성 측면에서 테스트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정 현대명예회장의 금강산 개발및 관광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남.북간 당국자 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즉 경협활성화조치가 민간의 대북지원을 확대시키고 이것이 또다시 남.북
정부간 관계개선의 촉매로 작용하는 "관계개선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 당국 모두 우발적인 "잠수정사건"으로 이같은 선순환기조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의 파장은 의외로 미미할는지도 모른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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