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결과는 정치권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여권은 수도권 석권을 토대로 급속히 "여대야소"로의 정계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여권쪽에 힘을 실어준 만큼 여권핵심부는 이제 정계개편의 폭과
속도를 결정, 자신있게 정치판 새로짜기에 착수할수 있다는 얘기다.

그 구체적 방향은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뒤 드러날
전망이다.

그동안 정계개편 의지를 누차 비춰온 김 대통령은 최근 방미후 정계개편
방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관련, 여권은 수도권 전승을 이끌어낸 여세를 몰아 야당의원
영입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에서는 이미 이달중 최소 15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영입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입의원 수가 3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이 영입의 주된 타깃이 되고 있다.

여권은 이들을 상대로 오래전부터 영입의사를 타진해온터라 곧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의 탈당러시가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런만큼 한나라당의 국회 과반의석 허물기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여권은 특히 이번 선거를 계기로 "TK"와 "PK"를 떼놓을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데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방선거후 4~5개 정당구조로 정치판을 바꾼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여권으로서는 대연정 구상을 가시화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분당을 전제로 "TK신당"보다는 "PK신당"과 손을 잡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당직자는 4일 향후 정국구도와 관련, "TK와의 연합은
정치적 이해관계상 차이가 많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회의와
자민련, 그리고 PK중심의 신당이 삼각구도로 연정을 끌고 나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그러나 여권내에서도 다소 시각차가 있다.

TK 공략에 공을 들여온 자민련으로서는 국민회의측의 PK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자민련은 무엇보다 이번 선거결과 내각제 개헌추진 작업이 물건너가는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여권의 연합공천 후보 가운데 자민련이 고집한 강원지사 후보만이 사실상
유일하게 패배해 공동정권내 발언권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의 정국주도권은 대통령제 고수를 원하고 있는 국민회의측에
빼앗길 공산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상당기간 수도권 참패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인책공방에 이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영남당"이미지가 고착화되는데 반발, 오래전부터 여권으로 당적을
옮기는 문제로 고민해 왔던 수도권 의원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그러나 영남권에서 수성에 성공했고 강원도 지역에서
승리해 오히려 결속력을 키워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이 3석정도를 예상했지만 훨씬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든 한나라당이 "7.21 재.보선"때까지는 현재 골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당관계자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서울 부산 대구 경기 강원 등 전국 7곳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재.보선을
통해 다시 한번 민심의 심판을 받은뒤 제갈길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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