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에서도 지역대결 구도가 재연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여야의 "텃밭"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리는 잣대도 달라지고 있다.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몇개를 차지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 텃밭을 누가 점령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여권은 전통적으로 국민회의 지지세가 강한 수도권 석권을 장담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에서 전승할 경우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상황이 낙관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데 있다.

서울시장 후보인 고건 전총리와 경기지사 후보인 임창열 전경제부총리가
야당으로부터 "환란의 장본인"으로 집중타를 맞고 있다.

두 후보에 대한 야당의 흠집내기 공세는 사생활문제 등 인신공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자칫 "수비불능" 상태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여권은 수도권에서 사활을 건 총력전을 전개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두 곳을 이기면 지방선거는 사실상 완승이고 한
곳만 이기더라도 무승부는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 전총리와 임 전부총리에 대한 공세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또 TV토론이 시작되면 여당후보들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최병렬 손학규
후보의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내부사정"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자민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지난 95년에 이어 한나라당 문희갑 이의근 후보와 자민련
이의익 이판석 후보가 각각 재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난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야 입장이 뒤바뀐데다 문 시장과 이 지사의 "치적"이 빈약하다는 점이
감표요인이 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후보와 자민련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후보선정 과정의 자중지란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단연 앞서가던 김기재 전의원이 부산출신 의원들의
안상영 전시장 영입에 반발, 무소속으로 나서면서 혼전 양상이다.

<김삼규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