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도 저하기 싫으면 못시킨다"

외국은행에서만 일해온 이건삼 뱅커스트러스트 동북아시아총괄본부장이
중소기업은행장을 맡아달라는 정부권유를 마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두고 새정부 인사가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금융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이 본부장
을 중소기업은행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본부장이 고사하는데다 다른 후보가 나서는 바람에 내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홍콩현지 금융계관계자들은 "이 본부장의 능력이 탁월하지만 철저하게
상업적인 사고로 무장돼 있어 정책금융을 주로 취급하는 중소기업은행에
적격은 아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정부들어 중책을 마다한 사람은 의외로 많다.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과교수는 한국은행총재를 권유받았으나 "NO"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광호 삼성전관회장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보도까지 됐었다.

이인섭 전경찰청장은 가스안전공사사장으로 내정됐으나 본인이 싫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저한 준비와 검증 없는 성급한 인사시도로 혼선만 빚은 사례들이다.

< 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