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6일 대여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종금사와 개인휴대통신(PCS) 인.허가 비리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분히 야당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여권이 정국운영에 있어 거야 입장을 무시한채 한나라당 의원 및
단체장 빼내기 공작과 여론몰이를 통해 야당 흔들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대여관계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에대해 여권은 한나라당이 경제파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검찰수사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정치공세가 계속될 경우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 여야간 대립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현재 정국이 정상적인 여야관계를
유지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상황에 와있다고 결론짓고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회의뒤 조항복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김대중 정권이 선거와 정당정치
지방자치제도를 뿌리채 흔드는 파괴적 파쇼정권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여권이 종금사 인.허가 비리 연루설을 흘리고 있는 박관용 강삼재
의원을 전면에 내세워 "마녀사냥식 조작을 통해 야당을 파괴시키려는 공작을
중단하라"며 "비열하고 치졸한 작태가 계속될 경우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대여투쟁 방안으로 우선 17일중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서리를 후보매수및 이해유도 금지를 규정한 현행 통합선거법 위반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키로 했다.

지방선거 보이콧과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17일 총재단회의를 긴급 소집, 검찰수사에 대한 항의농성과 장외투쟁 등
대처방안을 논의한뒤 조순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모종의 중대결심"을
밝히기로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안기부 경찰 등과 유기적으로 협조, 관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도 강수를 두기에 앞선 "명분쌓기"
성격이 짙다.

한나라당이 지도부를 강성라인으로 구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서청원 사무총장을 유임시킨데 이어 중간당직 개편에서 김철 의원을
대변인, 박종웅 의원을 제1사무부총장으로 기용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강경한 태도를 적반하장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대야
협상을 통한 경색정국 타개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표적사정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한나라당은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대행은 "한나라당이 야당 본연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계개편이란
강수로 맞설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조대행은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이 동의하면 금명간 영수회담이 가능하다"
면서 "영수회담이 열리면 여야의 공동책임 아래 지방선거를 공명 정대하게
치르겠다는 점을 국민앞에 다짐하게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삼규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