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용 엘리베이터에는 장,차관이 탈 자리는 있어도 통상교섭본부장이 탈
자리는 없다"

26일로 공식출범 1주일이 넘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정부내 대외 통상기능의 통합을 기치로 출범한 통상교섭본부의 현 위치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외교통상부내에서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데다 자체적으로
내놓고 얘기할 만한 업무를 시작한 것도 없다.

의욕은 앞서지만 이렇다할 정책수단도 없다.

외교통상부내 다른 실.국에서는 "출가외인" 취급하고 정부내 다른 부처는
"독립된 부"가 아니라고 같은 수준에서 대하기를 꺼린다.

신생아 통상교섭본부는 고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위치선정"자체가 어정쩡하다.

한덕수 본부장은 장관급(엄밀하게는 장관과 차관 사이)이나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할 길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대책조정회의는 외교통상부장관조차 정규멤버가
아닌 관계로 본부장은 얼굴조차 디밀기 어렵게 됐다.

교섭본부장의 참석이 어느 회의보다도 필요한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는 더
끼어들기 곤란하게 됐다.

총리가 주재하는 이 회의에는 장관이 공식멤버가 되며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대외경제조정 실무 회의에는 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차관회의에서 통상문제를 대변해줄 차관이 평소 통상교섭본부의
업무를 챙기기도 어렵게 돼있다.

차관은 평상시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업무보고를 하지도 않고 교섭본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도 않는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래저래 공중에 떠버리게 됐다.

일상적인 업무 범위 역시 불명확하다.

통상교섭 본부는 외국과 통상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대표 자격으로 대외
통상에 나서는게 주업무.

따라서 통상이슈가 없는 평상시에는 특별한 업무가 없다.

교섭본부내 통상지원국이 있지만 재정경제부나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업무가 중복돼 별도의 정책부서 역할을 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한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정책 툴(tool)이 없다.

관련 법규 제.개정을 교섭본부가 주도할 수 없고 소관부처에 건의할 수
있는 정도다.

통상교섭본부 한 관계자는 "외교통상부내 자리매김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투자환경 관련 법규 등의 제.개정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만이라도 시급히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