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공작 사건으로 수면밑으로 들어갔던 한나라당 당권다툼이 다시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

이회창 명예총재와 김윤환 고문 중심의 비당권파가 "4.10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실시하되 총재를 경선할 것을 요구하는 대의원 서명작업에 착수
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움직임을 감안할때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갈등
심화여부에 따라서는 당의 핵분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져 귀추가
주목된다.

조순 총재를 비롯한 당지도부는 비당권파의 서명작업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풍문제를 놓고 여권과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총재
경선을 요구하는 서명작업을 벌이는 것은 적전분열 행위라는 얘기다.

조 총재가 "경선을 하자면 필연적으로 남을 헐뜯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 시점에서 경선을 하자고 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나아가 비당권파가 당을 깬 뒤 "여야 4당구도"를 만들어 정국의 캐스팅
보트를 쥐면서 궁극적으로는 내각제 개헌으로 가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대해 비당권파는 당지도부가 북풍정국을 틈타 당헌.당규에 정해진
전당대회 개최와 총재경선을 하지 않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의심
하고 있다.

당지도부가 북풍문제를 빌미삼아 현행 지도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은 말도
안되며 4.10 전대에서 반드시 총재를 경선하고 총재가 부총재들을 지명,
강력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비당권파들의 주장이다.

김 고문의 측근인 윤원중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전대를 열어 총재
경선을 하는 것과 북풍문제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누가 당을 깨고
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비난했다.

윤 의원은 "현 지도체제를 갖고 지방선거에서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뒤 "이번에는 볼장을 다 볼 생각"이라고 말해 일전불사 의지를
내비쳤다.

당 일각에서 정면 충돌을 막기위한 방안으로 조 총재의 2년 임기를 단축
하거나 조 총재 임기를 보장하되 각종 선거때 공천권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절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남궁덕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