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파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사정당국이 24일 구속중인 이대성 전 안기부 해외조사실장의
"제2파일"에서 김영삼 전대통령 최측근의 비공식 대북커넥션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일파만파로 커져 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 정치권은 물론 문민정부에 대한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외견상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으나
내심 수사의 칼침이 어딜 향할지에 촉각을 곧두세우며 정치공세에 골몰하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어느 쪽이 되든 치명상을 입는 쪽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차원에서 상대방에 대한 정치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한나라당이 "북풍"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북풍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물타기 전략"으로 규정, 지난 대선당시 정재문의원이 북한의
안병수 조평통부위원장대리와 접촉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정동영 대변인은 "북풍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이슈는 "안병수와 한나라당의
커넥션""이라며 "선거전이 한창인 때 한나라당의 핵심인사가 급히 두 차례나
베이징(북경)을 방문해 북한의 대남공작 책임자와 비밀리에 회합을 가진
것은 누가 보아도 한나라당 후보 당선공작, 야당후보 낙선공작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색깔론"을 제기하고 용공음해를 개시한 것은 자신들
의 "전비"를 은폐.엄호하기 위한 정치공세"라며 "한나라당이 용공음해를
계속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한영수 위원장 주재로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북풍사건 6인
특별대책위" 첫 회의를 소집, 사건의 진실은 철저히 규명하되 여야간 정쟁의
불씨로 작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여권의 강공에 한나라당은 25일 오후 국정조사권발동을 위한 국정조사요구
서를 국회에 제출키로하는 등 맞불작전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대성 파일"의 공개 공방을 계기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여권 핵심부가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고자 검찰 수사방침을 새카드로 꺼내
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이 "북풍공작 수사가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점으로 미루어 검찰수사가 여권 핵심부와의 사전교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정공법"으로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북풍의 핵심을 김대중대통령을 포함한 국민회의의 대북커넥션
존재여부로 보고 이를 집중 추궁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북풍정국이 길어지면 자칫 여야 모두가 공멸할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한켠에서 제기되고 있어 여야 물밑접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북풍"을 정쟁의 대상이 될수 없다고 누차 강조한 점을 볼때
그동안 거명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당국의 "해명"으로 봉합의 실마리를
찾으리라는 관측도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남궁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