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파문"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북풍공작과 관련한 안기부의 대북커넥션을 뒷받침하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혀 있다.

안기부뿐만 아니라 정치권 인사들도 북풍에 깊게 관여돼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문건에 대해 여야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각 당은 자신들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고 있는
반면 상대방 사안에 대해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문건의 진위여부와 책임소재를 가리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파문은 쉽사리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풍공작 파문이 여권핵심부에서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정치권은 현재 사정당국의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정당국은 국민회의 정대철 부총재가 안기부 이대성 전해외조사실장으로
부터 건네받았다는 극비문건의 진위여부를 조사하면서 정치권 인사들이
관여했는지에 대한 사실확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과 J의원 L전의원 및 무소속
I전의원 등이 내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정치인 관여의혹에 대한 사실확인 작업이 구여권 고위층으로
확대되느냐다.

먼저 김영삼 전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구여권과
안기부의 대북 커넥션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이와관련, 현여권 일각에서는 안기부 특성상 이같은 상황을 김전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북풍공작의 한가운데에 대선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가 서
있었다는 주장과 관련, 사정당국의 칼날이 이명예총재에게로 향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이와함께 북풍공작 수사가 국민회의와 국민신당 관계자들의 연루의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 여부도 주목거리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국민회의와 국민신당 관계자들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측과 접촉했다는 일부 보도내용도 형평상
어떤 형태로든 규명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회의 관계자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측 인사를 만나 "북풍을
일으키지 않는 조건에서 당선되면 북측이 원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받아들이고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는 설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에
착수할 경우 현여권 고위관계자의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진상은 파악하되 처벌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는데다 국민회의 지도부에서도 파문의 확산을 원치 않고
있어 정치적 절충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핵심부가 구여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진상을 파악하는 선에서
"조용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수위조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준다.

<남궁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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