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제2차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내각 전체가 실업대책내각
이라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2차에 걸친 조정회의에서 각부장관과 수석비서관 사이에
실업대책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자 다소 다급해진 모습이었다.

김대통령은 "실업문제는 반드시 안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 소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기호 노동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공기업의 공공투자사업확대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고용보험 혜택을 못받는 실업자와 장기실직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중장기 실업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공공투자사업 확대는 재원문제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점이
지적되었으나 가능한 범위내에서 사업을 늘린다는데 의견이 접근됐다.

반면 사회안전망에 대해선 조규향 사회복지수석부터 반론을 제기했다.

조 수석은 "사회복지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유연성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대통령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재원마련을 걱정했다.

재경부장관에게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재경부장관의 대답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었다.

이 노동부장관은 "5천만원 이상 예금자의 이자소득중 일부를 거두는 등
실업세를 물리면 3조원, 정부와 정부투자기관 산하단체 임금 10%를 삭감하면
3조~4조원의 재원을 조달할 수있다"며 정책적 배려를 요구했다.

재경부장관은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지금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사업투자가 시급한지, 실업자를 양산하는
기업도산을 막기 위한 자금지원이 시급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재원
마련 대책을 관계부처에서 심도있게 논의한후 결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유도
했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재원조달문제는 재경부와 한은에서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념 기획예산위원장도 "실업문제는 좀더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국민앞에 전력을 다한 안을 제시하고 차질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며 소위원회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지시
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고용보험 혜택을 받고난 뒤에도 직장을 다시 구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실업대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일자리를 늘리는
묘안이 없음을 안타까워 했다.

"필요하면 TV대화를 통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새정부가 제시할 실업대책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