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사령탑"자리를 놓고 현 집권세력의 두 축인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회의는 오는 17일 열릴 포철 정기 주주총회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의 "핵"인 김만제 회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변화가 있다면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진 사장과 일부 임원만 교체될 것이란
얘기다.

국민회의 고위관계자가 포철 인사문제와 관련, 13일 "특별히 신경을 안쓰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회의 기류는 김회장 유임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공기업인사가 정치바람을 타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나 무엇보다 김회장이 대과없이 포철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변동 등 여건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 올해 7천억원정도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일찌감치 계열사 통폐합작업 등 구조조정에 나선
점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때 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금융계 인사들을 설득,
대한지원을 받아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포철 경영진에 대한 자민련의 판단은 전혀 딴판이다.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장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만큼 그 책임을 물어
이번 주총에서 김회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것.

자민련의 이같은 기류는 박태준 총재의 의중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경노 박득표씨 등 이른바 "TJ사단"의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는 김회장체제로 가되 문제가 있을 경우 다음 기회를 봐서 교체해도
늦지않다는 국민회의 입장은 자민련측의 "기득권"주장을 인정치 않으려는
것으로 보여 여권내 의견조율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