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관가에 사상유례없는 인사태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그 수준은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려 A급이다.

최소한 각부처 1급 실장들은 대부분 자리를 옮기거나 물러나야할 판이다.

그 전조는 지난 3일 단행된 조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경제부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관료출신들이 새 장관으로 임명됐다.

기존 관료계층과 두터운 인연이 없는 장관들은 업무에 차질만 없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원칙에 충실할 것 같다.

가뜩이나 기존 관료집단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지역성향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역대 핵심관직을 독점해온 TK PK출신 관료들은 더이상 중용을 기대하지
않는다.

실례는 지난 27일 일찌감치 사표를 낸 재정경제부 김정국 제1차관보의
경우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부산출신이다.

PK출신인 강만수 재경원차관도 기자들에게 "제발 후임차관 하마평에 내
이름을 쓰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이다.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의사표시다.

여기에다 다른 경제부처 관료들도 ''나라경제를 망쳐버린 장본인''이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할 판이다.

이래저래 이번 정부인사는 대폭일 수 밖에 없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병폐이긴 하지만 정권교체시 핵심요직에 기존관료 대신에 믿을 만한 사람을
기용하는 양상은 미국의 전통적인 엽관제도(Spoil System)에서도 엄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청사를 이끌어갈 신흥관료계층은 어떤 사람들일까.

현재로서는 그 면면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일정한 원칙은 있는 것 같다.

신임장관들의 성향과 취임일성을 들어보면 대략 능력과 참신성에 모아진다.

연줄에 기대 자리를 차지해 왔던 사람들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신임 장관들의 발언에서도 엿볼수 있다.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은 4일 취임사를 통해 아파트분양가 자율화와 관련,
건교부의 늑장대응을 지적했다.

아마도 관련 실무라인은 신임장관으로부터 상당한 추궁을 받을게 분명하다.

외교통상부장관과 법무부장관도 잘못된 인사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혀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재경부의 경우 차관에 다행히(?) 재경원출신 장승우 해양수산부차관.
엄낙용 관체청장이 임명되거나 정덕구 제2차관보가 승진임명될 때는 어떨지
모르지만 만약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경제브레인인 이선 경희대교수가 기용될
때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차관직에 대해 자민련이 국민회의에 일정지분을 요구할 경우
후속인사는 더욱 가닥을 잡기 어려워진다.

김종필 총리서리는 "차관후속인사에 대해서도 내가 대통령에게 건의할
부분이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렇게 보면 장관직에 이어 차관직도 상당수가 비관료출신들로 메워질
가능성이 높고, 관료출신이 오더라도 통상적인 인사관행을 답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급이하의 인사는 장.차관이 협의해 결정하는 만큼 정치권에 이어
주도적 관료집단의 교체도 임박한 셈이다.

멀지않아 가시화될 정부투자기관과 국책은행 등 기관장인사도 태풍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실질적으로는 신정권의 정책기조에 부합되고 지역성에 있어서도 모나지
않은 인사가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관료들의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학계에서의 수혈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