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새정부 조각인선은 김대통령의 과거 인사스타일과는 크게
달랐다는 평이다.

인선내용의 두껑이 열리기 직전까지도 당내인사의 기용이 소폭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난 87년 정치활동을 본격화한 이후 큰변화가 있을때 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인재를 충원해 오던 스타일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선과 관련한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김대통령은 이번 조각에서 재정경제부장관을 낙점하는데 가장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위대표로 활약해온 김용환 자민련 부총재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그러나 김부총재가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이규성 전재무장관을 천거
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김대통령은 언론의 검증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이장관이 6공때 정치논리에
떠밀려 무리한 증시부양책을 써 증시구조에 치명타를 입히는 등 관치금융을
주도한 전력을 발견하게 됐다.

김대통령은 이 때문에 당선직후 외환위기상황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보고해
호의적인 평가했던 임창열 전경제부총리의 기용을 검토해 왔으나 김용환
부총재의 적극적인 천거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당초 경제분야의 경우 자민련측 추천인사를 기용한다는 원칙에도 불구
하고 국민회의 박태영 전의원이 발탁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박장관은 당내에서 금융분야전문가로 정평이 나있고 국회 통산산업위에서
활동했다는 점과 대선에서 생활설계사 등 특수조직을 맡아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낙점됐다.

정보통신부장관에 배순훈 전대우전자회장을 기용한 것은 전문경영인
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호 노동부장관의 유임은 노사정 합의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노조측으로
부터도 평가를 받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김성훈 중앙대교수의 농림부장관 기용은 김대통령의 농업정책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데다 목포출신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각에서 가장 의외의 인사는 강인덕 통일부장관이며 이해찬의원의
교육장관 발탁도 다소 의외였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강장관의 기용과 관련, "강장관이 보수우익적
사고와 길을 걸어 왔다는 평이 있으나 김대통령은 통일문제의 경우 모든
세력이 어우러져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해찬의원을 교육부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교육개혁 작업을 강력하게 이끌
필요성 때문에 재야출신의 이의원을 기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법무부관할이 호남일색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상천 국민회의
원내총무를 법무부장관에 기용한 것은 저돌적 추진력이 김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편 이번 인선에서 의외의 인물은 적었으나 인선내용에 대한 보안이
철저히 지켜져 이날 고건전총리의 제청이후 김중권 대통령비서실장이 통보
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잘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천안에 출장중 급거 귀경했고 배순훈 정통부장관은
프랑스현지에 체류중이어서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도 불참했다.

또 강인덕 통일부장관도 집을 비운상태였고 김정길 박태영장관도 집과
사무실을 떠나 있어 연락을 취하는 적지 않은 애를 먹었다고 박지원 대변인
이 전했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