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지명자는 26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신임 국무총리 축하
리셉션"에 참석했다.

취임식에 참석했던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한 축하 행사였다.

비록 국회의 인준을 받지 못했지만 총리로서의 첫 공식행사 참석이었다.

그러나 김총재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리셉션이 열리는 그 시간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국회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날도 지명동의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김총리지명자는 25일 밤 김대중 대통령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의 회동에서
"표정은 담담했지만 별다른 말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그는 이날 마포당사로 출근한뒤에도 일절 기자들의 면담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측근들은 "이유야 어쨌든 자신의 문제로 정국이 꼬여있는데 무슨 말을
하시겠느냐"며 김총리지명자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김총리지명자는 크게 낙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느긋한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다만 한나라당을 쓸데없이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25일 "DJT"회동에서 김총리지명자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데다
27일에는 여야영수회담이 예정돼있는 것도 김총리지명자가 다소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총리지명자는 이날 아침 자민련 박총재와 함께 시내 한호텔에서
다케시타노보루,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일본총리와 만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자민련은 어떤 이유에서건 새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나라당의 행위가 시간이 갈수록 여론의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측근은 "김총리지명자가 총리자격으로 예정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총리인준문제가 결론이
날 때까지는 말을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