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신임대통령을 25일 청와대로 떠나보내는 국민회의와 동교동가신들의
심경은 복잡한 듯하다.

국민회의는 이날 오전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야당으로서는 마지막
간부간담회를 가졌다.

당선이후 2개월가량 여당준비를 해왔지만 회의에 앞서 간부들은 "오늘이
야당으로 마지막 당직자 회의..."라고 말했다.

당직자들은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도 "그 때 그 시절"얘기가 많았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당원들에게 집권을 기념하는 조촐한 선물하나 못한
점을 아쉬워하고 미안해 했다.

이와함께 이런저런 하마평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사무처직원들은 "어디로 가느냐" "연락은 받았느냐"며 서로 묻기도 했다.

"당에 남겠다"고 초연한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직원들도 "혹시나"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듯했다.

당사에는 주인없는 당직자들의 빈자리도 늘었다.

조각과 청와대비서관인사가 끝나면 빈자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임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2개월간 파견근무를 해 온 청와대 경호실
인력과 기동대 의경들도 짐을 싸기 시작했다.

당사 현관과 총재실 앞에 설치됐던 보안검색대도 신임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철거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도 당사앞 노동자 집회는 끊이질 않았고 2층 민원실앞
농성자들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편 강북삼성병원에 입원중인 동교동 "맏형" 권노갑 전의원을 비롯
한화갑 최재승 김옥두 설훈 의원 등 동교동가신들의 마음은 착찹한 듯하다.

이날 배포된 취임사를 받아든 한 가신은 목이 매이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평생 소원이 이뤄졌으니 죽어도 한이 없다" "총재님이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우리는 이제부터 조용히 지내겠다" "이제 총재님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왜 우리가 숨어지내야 하느냐"며 "노른자위"
를 차지하는 영입파와 자신들을 견제하는 여론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가신은 "김영삼 대통령이 실패한 것은 직언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